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복덕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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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법연수원 출신의 현직 변호사가 광주시 9급 공무원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말들이 많다. 최소 자치단체 6∼7급 법무 관련 직위에 임용돼 온 변호사가 9급 일반행정직까지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 말직에 응시할 수 있느냐”는 한탄에서부터 “오죽했으면 응시했겠느냐”는 동정론까지 다양하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에는 7급 공무원시험에도 응시해 불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변호사의 현실은 ‘정운호 법조 로비의혹’에 나오는 홍만표 변호사의 삶과 전혀 다르다.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는 전관 특혜로 개업 3개월 만에 2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본인과 가족 명의로 110채나 되는 오피스텔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는 딴 세상 얘기다. 사법시험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했지만 절반이 넘는 변호사의 월 소득은 대기업 평균 수준에 못 미친다. 대학 4년에 로스쿨 3년과 변호사시험 등을 거쳐 법조인이 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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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가 최근 실시한 ‘변호사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2%가 ‘월 소득(사무실 운영비 등 제외)이 300만~600만원선’이라고 답했다. 월 600만~800만원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국선전담변호인 경쟁률이 지난해 9.2대1까지 치솟은 이유다.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이었던 변호사의 이 같은 위상 추락은 수요공급조절에 실패한 탓이다. 매년 변호사가 1,500명가량씩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 2만명 시대’다.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다.

“주택가격이 3억원이든 10억원이든 99만원만 받겠다”면서 부동산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던 ‘복덕방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위법하다며 관련 변호사를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다. 이로써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시장 진출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취업난에 국내 변호사들이 미국처럼 교통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는 ‘길거리 변호사(street lawyer)’가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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