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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 회색빛 진흙 놀이동산 보령머드축제 “Awesome”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케일라(왼쪽)와 제이콥은 인터뷰 내내 ‘너무 재밌다’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나영기자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케일라(왼쪽)와 제이콥은 인터뷰 내내 ‘너무 재밌다’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나영기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구나 회색 빛깔로 뒤범벅되는 축제. 진흙탕에서 온몸을 내던지고 뒹굴다 보면 누구든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축제. 하얀 미소가 가장 빛나는 축제. 신발에 묻을까 조심조심하던 진흙을 뒤집어쓰는 축제. 흠뻑 젖어야 제 맛인 보령머드축제 개막일인 15일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It’s Fun” “Awesome” “Very interesting”

첫 날부터 행사장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푸른 눈의 관광객들로 빼곡했다. 어림잡아 열에 두셋은 외국인.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Awesome’ 환호가 터져 나온다. 싱가폴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는 대니친(24)은 한국 친구들에게 머드축제에 대해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대니친은 “머드에서 뒹굴면서 즐기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놀랍다. 매우 흥미롭다”며 인터뷰 내내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즐거워했다. 미국 관광객인 피터 역시 “한국 친구 덕분에 이 축제를 알게 됐다”며 “머드를 직접 제 몸에 바른다는 게 매우 신기한 경험”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바가지 가득 담긴 머드를 맞으려는 관광객들은 ‘머드교도소’ 쪽에 줄지어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드따귀’를 위해 창살을 붙잡고 일렬로 서자 진행요원이 바가지에 머드를 한 가득 담아 골고루 뿌려준다.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한 바가지 더’ 요청하면 된다.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가 “(머드) 못 맞으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 다시 뿌려드립니다”라고 하자 바깥쪽에 서 있던 여자 두 명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청에 응한 진행자가 머드를 끼얹자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환한 미소가 번진다. 원하면 누구든 주저 말고 이야기하면 된다. 머드는 무한리필. 두겹 세겹 바른 진흙 속 천연미네랄 덕에 얻게 되는 매끈한 피부는 덤이다.


스릴만점 머드 슬라이드 역시 빠질 수 없는 대표코스 중 하나다. 온몸이 미끌미끌한 덕분에 속도가 더 붙어 짜릿하다. ‘그래봤자, 얼마나 재밌겠어’라는 의구심을 품는다면 반드시 직접 체험해보길 권한다. 슈퍼슬라이드는 50m, 롱슬라이드는 70m로 놀이기구라고 하기엔 길이가 다소 짧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위에 올라서니 살짝 겁이 났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즐기기엔 충분한 길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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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이윤서양은 “머드 베개싸움에서 엄마가 져서 속상하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나영기자9살 이윤서양은 “머드 베개싸움에서 엄마가 져서 속상하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나영기자


일대일 대결을 원한다면 머드 베개싸움은 어떨까. 원통 위에 앉아 베개로 상대방을 밀어내 떨어뜨리면 이기는 게임이다. 승자에게는 부상으로 시원한 머드 한 사발을 패자에게 끼얹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야말로 ‘즐거운 싸움’이어서일까 이 대결을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 중에는 특히 부부나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두세 차례 베개를 휘두르다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린 딸들을 데리고 행사장을 찾은 이형기(44)씨 부부도 “머드 베개싸움으로 스트레스를 싹 날렸다”며 밝게 웃었다. 이 싸움을 지켜보던 9살짜리 막내딸 이윤서양은 엄마가 져서 속상하다며 울음을 터뜨려 지켜보던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단체전도 있다. 양 부표 위에 10여명씩 올라 상대편을 전부 물속에 빠뜨리면 이기는 부표싸움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번쯤 접했던 단골게임이다. 진행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상대편 부표로 달려나가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한 사람을 데리고 함께 떨어지는 ‘논개전법’부터 달리다 넘어져 물속에 빠지는 ‘자폭’까지 각양각색. 이기고 지는 건 상관없다고들 말은 하면서도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게임이 늘어질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물쭈물 눈치 보기가 길어진다 싶으면 진행자가 바로 ‘이렇게 놀면 재미없다’는 경고사인을 보낸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게임 열기가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한바탕 뒤엉켜 놀다 보면 허기가 지기 마련.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늘어선 조개구이집 중 어디를 찾더라도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키조개, 가리비, 돌조개, 대합 등 다양한 제철 조개를 입맛따라 뜨거운 불판에 올리면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탱탱한 조개 살은 양념 없이 즐겨야 제 맛.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키조개를 한 입 맛보면 ‘바다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참기름에 살짝 버무린 산낙지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오감만족 회색빛 향연 보령머드축제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올 여름은 뜨거운 백사장을 배경으로 시원한 진흙탕에 온몸을 흠뻑 적셔보는 건 어떨까.

/보령=글·사진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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