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정치성향과 식성

정상범 논설위원



1964년 이탈리아의 피에몬테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바꾼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작은 초콜릿 공장에서 간식용 빵에 발라먹기 적당하도록 개발된 초콜릿 크림인 누텔라(Nutella)가 당시 지구촌을 휩쓸던 미국의 땅콩버터를 물리치고 지구촌 식탁을 장악한 것이다. 누텔라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좌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고 이후 민주주의와 좌파의 이상을 상징하는 기호로 자리 잡았다. 대중가수 조르조 가베르는 “누텔라는 좌파, 스위스 초콜릿은 우파”라고 노래했을 정도였다.


예로부터 음식의 정치문화를 놓고 논쟁을 빚어왔지만 호사가들은 음식이야말로 정치성향을 좌우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독재자들이 자극성이 강하고 스태미나를 키워주는 음식 애호가라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코브라 수프와 사슴·멧돼지 요리를 즐겨 먹었고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히틀러도 영계요리, 비둘기의 혀와 간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카무주 반다는 ‘모파인 벌레’를 바삭하게 말려 먹는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일본의 하야미즈 켄로는 ‘음식 좌파 음식 우파’라는 저서에서 대량 생산되는 음식에 반대하는 이들을 좌파로 규정했다. 음식 좌파는 유기농법으로 만든 농산물을 소비하고 음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며 유기농 야채나 천연효모로 만든 빵을 대표 식재료로 꼽았다. 반면 음식 우파는 산업화된 식품을 즐겨 소비하는 이들로 양과 가격의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타임지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주문하는 음식도 다르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인들의 온라인 주문 현황을 따져봤더니 공화당 지지자들은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와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채소가 많이 들어간 베지(veggie) 버거와 담백한 메뉴를 주로 찾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좌파 소주’ ‘우파 라면’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래저래 음식 먹기도 주변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