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성의 '싫어요'는 '싫어요' 광고 철거 논란

서울 메트로, 여성 커뮤니티 광고 철거 논란

민원이 들어와 이슈가 됐으니 광고를 내리겠다" 고 통보

게재된지 하루 만에 철거

애초 제출한 광고 시안 13개 중 3개만 통과시켜

여성 커뮤니티, 심의기준에 의문 제기

여성시대가 게재한 광고들이 서울 메트로측에 의해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지하철에 게재됐다 철거된 디지털 간판 광고)/ 출처= 트위터 캡쳐여성시대가 게재한 광고들이 서울 메트로측에 의해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지하철에 게재됐다 철거된 디지털 간판 광고)/ 출처= 트위터 캡쳐


여성중심 인터넷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들이 기금을 모아 서울 지하철 일대에 게재한 광고가 하루 만에 서울 메트로측에 의해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시대 측은 서울 메트로가 모호한 심의 기준으로 광고의 대부분을 승인불가한 것도 모자라 일방적으로 철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밤 여성시대 게시판에는 “서울메트로 측에서 일방적으로 광고를 내리겠다고 통보해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의하면, 서울매트로 측은 여성시대 측의 광고대행사에 “민원이 많이 들어와 이슈가 됐고 일이 커졌으니 광고를 내리겠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광고들은 철거된 상태다.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하기 위해 모금을 진행해온 여성시대는 지난 1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신촌·홍대역에 총 80기의 DID(디지털 간판)광고를 내걸었다.

게재된 3개의 광고에는 ‘혼자 밤늦게 짧은 치마 입고 돌아다녀도 살고 싶어요’, “조심해라? 성범죄 교육, ’하지마‘라고 가르치는 게 우선입니다” “여자의 말을 왜곡하지 마세요”라는 등의 문구가 적혔다.


여성시대 측은 애초 13개의 광고 시안을 제출했지만, 서울 메트로는 “광고 내용이 직설적이고 공공장소에 내걸기에 논란이 될만한 문구들이 있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게재불가 처리해 3개만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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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된 10개의 광고는 남녀 간 임금격차, 한자(漢字)에 있는 성차별적 요소 등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가 게재불가처리한 10개의 광고 시안 중 일부/ 출처= 트위터 캡쳐서울메트로가 게재불가처리한 10개의 광고 시안 중 일부/ 출처= 트위터 캡쳐


이에 대해 여성시대 회원들은 애초 모호한 심의 기준으로 제출한 광고 시안들이 대거 탈락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가운데, 그것마저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철거한 것은 일방적 계약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계약서까지 썼는데 대체 무슨 일이냐” “이게 말로만 듣던 갑의 횡포냐” “광고 철거를 간과한다면 더 이상 여성인권 광고는 지하철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광고대행사가 13개 시안 중 적합하다고 판단된 3개 광고 시안을 최종 승인이 나기 전에 강남역, 신촌역 등에 게시했다”며 광고 시안 전체를 두고 심의 중인 만큼 광고대행사가 일부 지하철역에 게시한 광고들을 수거한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곧 전문가들로 구성된 광고 심의위원회를 열어 광고 게재 여부를 판정할 계획”이라 밝혔다.

여성시대 회원들이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민원글을 올리고 있다 / 출처= 서울메트로 민원게시판 캡쳐여성시대 회원들이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민원글을 올리고 있다 / 출처= 서울메트로 민원게시판 캡쳐


현재 서울메트로 홈페이지는 광고 불가 판정과 광고 철거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여성시대 회원들의 민원 글로 폭주하고 있다. 여성시대 회원들은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광고는 무비판적으로 게시하면서, 여성혐오 반대광고는 남성비하 광고로 인식하고 ‘민원이 들어와서’ 안된다는 서울메트로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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