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석 달째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유로존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21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본부에서 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0.0%)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 각각 -0.4%, 0.25%인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종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산매입 규모도 월 800억유로 규모로 묶었으며 적어도 내년 3월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9월에 열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유럽 금융 시장은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극복하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지난 2·4분기가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2016년 유로존은 재정 확장 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2017년부터는 중립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가상승률에 대한 조정이 목표한 바대로 이뤄질 때까지 현 금리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ECB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통화정책회의는 상당 기간 주요 정책금리를 현재와 같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가져갈 것으로 본다”고 명시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로존 경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ECB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정책수단인 ‘양적완화’를 더는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매달 800억유로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ECB가 추가 매입할 채권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는 자체적으로 정한 예치금리(연 -0.4%) 밑으로는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최근 브렉시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ECB의 주 매입 대상인 독일 국채의 절반가량은 현재 수익률 -0.4%를 밑돌고 있다.
FT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옵션으로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는 예치금리 이상의 수익률로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의무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채권금리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회원국의 경제 규모에 비례해 자산을 사들이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회원국 간 불평등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능현·이수민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