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서 그림과 사진을 전시하는 ‘수중전시회’가 열린다.
경북 울진군 나곡리 앞바다 수심 22m 지점에 침몰한 난파선 선상에서 화가 조광현(57)과 수중사진가 김하늘담은(19)의 2인전 ‘난파선의 꿈’이 23일과 24일 양일간 열린다. 물 속 전시는 국내에서 거의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광현 씨는 바다 그림과 해양생물을 주요 소재로 세밀한 필치를 선보여 온 화가이고, 김하늘담은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중사진을 찍어온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이들은 울진군 나곡리 앞바다의 난파선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다 만난 것을 인연으로 이번 2인전을 열게 됐다. 이들은 작품의 소재가 된 난파선 선상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는 데 뜻을 같이해 ‘수중전시’에 도전했다.
조 씨는 난파선을 직접 보고 그리기 위해 잠수장비를 갖추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 그는 “뼈만 남은 폐허의 난파선에서 마치 오래된 고대유적과 같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아 그 풍경과 인상을 작품으로 남기기로 했다”며 “수중 작업을 위한 특별 제작 화구를 들고 수차례 수심 22m의 난파선을 방문해야 했고 조류 때문에 캔버스나 붓을 잃어버린 것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김 양은 “수중사진을 찍다 우연히 폐허가 된 나곡리의 난파선을 알게 됐는데,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부서진 선체를 수중생물의 안식처로 내어 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며 “나 자신도 난파선을 위해 무언가를 선물해 주고 싶어 물 속 전시를 추진하게 됐고 난파선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다 위 풍경사진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를 보려면 관람객도 잠수 장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