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속도로 단속 동행기]도로 위 암행어사 “얌체운전 꼼짝마!”

[르포]경찰청 암행순찰 궁내동 서울톨케이트-영동고속도로 단속 현장 따라가보니

단속 효과 커 현 10대에서 9월 22대로 증차...휴가철 단속에 적극 활용

영동고속도로에서 23일 지정차로 법규를 위반한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암행순찰 경찰들이 단속하고 있다./박우인기자영동고속도로에서 23일 지정차로 법규를 위반한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암행순찰 경찰들이 단속하고 있다./박우인기자




암행순찰 경찰관들이 23일 갓길 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교통법규 위반사실을 설명하고 있다./박우인기자암행순찰 경찰관들이 23일 갓길 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교통법규 위반사실을 설명하고 있다./박우인기자


“위이잉~ 위이잉~ 경찰입니다. 지정차로 위반입니다. 저희 안내를 따라 차량을 이동해주십시오.”


폭염특보가 내려진 23일 오전 11시30분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50km지점. 암행순찰차를 운전하는 정문수(43)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7지구대 경사와 박만선(40) 경위는 2, 3차선을 넘나들며 지정차로를 위반해 달리는 고속버스에 이 같이 안내했다. 앞서 버스는 지정차로를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한데다 규정 속도도 위반했다. 버스의 곡예운전을 확인한 뒤 제지하기 직전 암행순찰차 속도계의 눈금이 150km를 넘어선 것. 객관적인 위험 요소와 교통법규 위반 판단에 따라 하얀 장갑을 낀 정 경사의 왼쪽 손이 버스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인근 휴게소로 유도된 고속버스 운전기사 진모(56)씨는 “터널을 나와 바로 3차로로 이동했는데 왜 날 잡습니까”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박 경위가 “선생님 차량을 5분 동안 쭉 보면서 왔습니다”라고 하자 진씨는 더 이상 오리발을 내밀 수 없었다. 암행순찰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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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난 23일 서울 경찰청은 영동고속도로 구간에 암행순찰차 7대를 투입해 위반 차량 단속을 실시했다. 비록 2시간 동안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동행했지만 지정차로, 과속운전, 갓길운전 등 다양한 법규 위반 차량이 적발됐다. 실제 이날 한 운전자는 일반차량과 똑같은 암행순찰차를 경찰차인지 모르고 추월해 갓길운전을 하다 단속됐다. 차량 운전자 정모(27·여)씨는 “기름이 떨어져 급하게 주유를 하려고 한 것일 뿐 갓길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했지만, 역시 모든 상황을 다 지켜본 경찰의 증거 제시에 정씨는 위반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정 경사는 “사람들이 갓길을 안전지대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미처 앞차를 보지 못하고 갓길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어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행 순찰차는 일반차량과 비슷하게 생긴 모습으로 도로를 달리다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려 경찰차로 변신한다. 경찰에 따르면 고속도로 암행순찰차는 사고 예방은 물론 법규 위반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각심을 운전자들에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이날 단속도 이런 취지에서 이뤄졌다. 실제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찰의 양재~신탄진 구간 암행순찰차 운영구간 성과표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구간 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5년 238건에서 올해 230건으로 3.4% 줄어 큰 폭의 감소세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망자의 경우 8명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암행순찰차 투입 후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주곤 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장은 “사고예방 효과가 좋아 현재 10대로 운행 중인 암행순찰차를 9월에 22대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차량이 몰리는 휴가철은 물론 명절 연휴에도 암행순찰차를 적극 활용해 얌체운전자를 가려내고 사고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용인=박우인기자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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