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 지난해 7월 사상 최악의 더위가 몰려왔다. 이란 반다르 마샤르 지역의 체감 기온이 무려 70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도 60도 이상을 넘나들었다. 프랑스 남부 해변의 초호화 빌라에서 여름을 즐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일반 국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젖은 옷이 널자마자 마르고 계란을 놓으면 그대로 익을 정도의 폭염에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서는 전력 사용 폭주로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자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중동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은 ‘히트 돔(heat dome)’.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오래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으면서 기온이 일시적으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날씨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햄버거 하나를 먹을 때마다 5㎡의 숲이 사라지고 자동차 등에서의 화석연료 사용과 소 같은 가축이 끊임없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구가 더워지고 여기에 기압과 대류 조건이 결합하면서 히트 돔이 생긴다는 것이다. 온난화가 심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히트 돔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들리던 ‘방귀세(fart tax)’와 ‘트림세(burp tax)’ 도입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주 말부터 초강력 히트 돔이 미국을 덮쳤다. 전체 26개 주에서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풍우까지 동반됐다. 찜통더위에 몸살을 앓는 것은 미국뿐이 아니다. 쿠웨이트의 한 지역은 기온이 무려 53.9도까지 올라갔고 우리나라도 연일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저지른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 모르겠다. ‘인간 최대의 적은 인간’ ‘인간은 가장 좋은 머리를 가졌음에도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가장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한 생물학자의 경고가 섬뜩하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