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를 두고 성주 주민들의 반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성주유도회·성주향교·성주청년유도회 등 성주군 내 8개 유림단체 회원 128명은 27일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 ‘상소문’을 제출했다.
유림들은 갓·탕건과 두루마기를 착용하고 회견장으로 나왔다. 일부는 상례(喪禮) 때처럼 삼베 도포를 입었다. 갓에는 ‘사드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둘렀고, 가슴에는 성주 주민을 뜻하는 푸른 리본을 달았다.
이들은 성균관·청와대 방향으로 늘어서서 문묘향배(文廟向拜)를 한 뒤 청와대를 향해 엎드린 채 두루마리를 펼쳐 상소문을 읽었다.
이들은 상소문에서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일방적인 결정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매슬로(Maslow)의 인간욕구 5단계에서 생리욕구 다음이 ’안전의 욕구‘인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드 설치 예정지로 발표된 성산(星山)은 성주의 주산(主山)으로 성주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상징할 뿐 아니라 성주읍까지 거리가 1.5㎞에 불과하고 군민 과반이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성산 주변에는 가야 시대 고분군 129기가 산재해있는 문화유적지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대국민 호소문’에서는 “단 한 차례의 주민 설명회도 열지 않은 사드의 성주 배치는 무효”라며 “정부는 1주일 내에 성주군수에게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를 담은 조사 결과와 백서 등을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기대 임진왜란유공자후손회 회장은 “국가 안전에 대한 식견은 없으나 성주보다 높은 산도 많은데 이 넓은 땅에 왜 성주인가 하는 것”라며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를 논하기 이전에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림들은 현장에 나온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에게 상소문을 전달했고 대표자들은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 면회실로 이동해 면담했다.
유림들은 이날 오후 국회로 이동해 국회의장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면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