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값싸고 질 좋은’ 중국산 스마트폰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애플의 상징과도 같았던 ‘혁신’이 멈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4분기(3월27일~6월25일) 총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4.6% 감소한 424억3,600만달러(약 48조2,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순익도 77억9,600만달러로 같은 기간 27.0%나 쪼그라들었다.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 부진이다. 아이폰 판매량은 4,040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15%나 줄었다. 지난 3월 출시했던 아이폰의 저가형 모델 아이폰SE가 지난 분기 900만대나 출하되며 매출 감소를 방어했지만 부진을 완전히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아이폰SE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애플의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를 잠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이폰 시리즈의 평균 판매 가격은 아이폰SE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와 비교해 67달러나 낮아졌다.
WSJ는 애플의 혁신이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6s를 출시했을 때도 전작과 비교했을 때 기능과 디자인에서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번 아이폰SE의 경우에도 크기를 4인치로 줄이고 출고가를 600달러 대에서 399달러로 내려 애초 새로운 기능 도입과는 거리가 먼 제품이었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7에도 ‘혁신적인 기능’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산 저가형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면서 애플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동안 전년동기 대비 25%나 증가한 6,060만 개의 스마트폰을 출하했으며 오포·비보도 지난 1·4분기 출하량을 각각 15%, 8%나 늘리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스마트폰이 성능적인 면에서도 아이폰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아 애플이 중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홍콩·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시장에서 애플의 매출은 같은 분기 전년 동기대비 33%나 쪼그라들었으며, 지난 1·4분기 시장 점유율도 3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애플이 이번 실적 악화를 하드웨어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플랫폼 중심으로 바꾸는 ‘뉴 노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 원격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 등 기존에 판매했던 아이폰에 서비스를 추가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3·4분기 서비스 분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 성장한 5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