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속도내는 中 IT굴기] 中 러에코, 美 2위 TV 제조사 비지오 20억弗에 인수

中 스마트폰 이어 가전까지 공세

글로벌 시장 공격적 진출...삼성·LG전자 위협



지난 1월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인수합병(M&A)했다. 하이얼은 앞서 일본 전자업체 산요 세탁기·냉장고 부문과 뉴질랜드 가전업체 피셔앤페이컬을 인수하며 세계 가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보기술(IT) 굴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샤프·GE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M&A하면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로 양분됐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가전 등 여타 IT 업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중국판 넷플릭스’로 알려진 러에코가 스마트TV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TV 제조사인 비지오를 20억달러(약 2조2,760억원)에 인수한 것은 또 하나의 상징적 사례다.


러에코의 최고경영자(CEO) 자웨팅은 “비지오를 인수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굳히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관련기사



2002년 설립된 비지오는 저렴한 평면TV와 사운드바,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미국 최대 TV 제조사 중 한 곳이다.

러에코의 이번 인수는 최근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격적인 M&A와 맥을 같이한다. 하이얼이 미국 GE, 일본 산요를 인수한 데 이어 올 3월 중국 메이디도 도시바의 백색가전 분야를 인수하는 등 ‘차이나 머니’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업체들은 우선 거대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만큼 중국 가전산업은 1970년대부터 30년간 일본 기업을 제친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는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LG는 3~4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TV와 같은 디지털영상제품 중심의 중국 제품들이 한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2~3년에서 몇 개월로 좁혀진 기술력 차이와 M&A를 통해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샤오미·레노버·TCL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판매량 합계는 1억3,900만대로 삼성전자(7,700만대), 애플(4,800만대)을 합한 1억2,500만대를 뛰어넘었다. 특히 중국 화웨이는 2·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2,900만대를 판매하면서 삼성, 애플의 뒤를 이었다.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기린 950’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AP) 등을 통해 제품 성능을 개선하고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공세로 올해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애플 양강 구도에 화웨이가 도전장을 내밀며 3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며 “삼성과 애플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