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전투원이 아닌 맹목적 믿음에 빠진 틴에이저’ ‘특정하기 어려운 목표물’ ‘때와 장소를 불문하는 마구잡이 공격’
최근 프랑스와 독일에서 연이어 발생한 테러의 특징이다.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 트럭에서 18일 독일 뷔르츠부르크 열차 도끼 만행 테러, 22일 독일 뮌헨 맥도날드 총격, 그리고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성당 테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테러에서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굳이 끼워 맞추자면 주류사회에 섞이지 못한 이민자 출신 청년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른 폭력이라는 것 정도다. 뷔르츠부르크 도끼 사건 직후 “우리 중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과연 어디가 안전한가 하는 의문을 남겼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한탄은 무정형의 테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성당 테러 발생 직후 해외 언론들은 “증오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테러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테러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광기 어린 신도가 저질렀다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니스 테러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31세 튀니지계 거주자, 독일 도끼 만행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청년, 뮌헨 총격은 우울증을 앓던 18세 이란계 학생, 프랑스 성당 사건은 IS 본거지인 시리아 잠입을 시도했던 19세 알제리계 청년 등 훈련을 받지 않은 청년들이 저질렀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테러 장소와 대상, 심지어 테러 수단에도 일관성이 전혀 없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2주간의 테러는 연계성이 없으며 이슬람국가(IS)의 직접적 지원을 받지도 않은 문자 그대로 1~2인의 단독범행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최근 발생한 테러 중 지하드(성전)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회 소외층의 증오범죄”라며 “이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테러와 광기 어린 폭력과의 경계가 사라져 정부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형사경찰기구인 유로폴도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프랑스 경찰관 부부 살해, 독일 도끼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이들 테러의 경우 IS가 배후를 자처하기는 했지만 IS가 직접 테러를 기획하거나 지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유로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테러를 저지른 자생적 테러리스트(외로운 늑대)의 35%는 정신질환자다.
난민천국 독일과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가 유럽연합(EU)의 난민정책 후퇴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광기 어린 테러의 대부분이 중동이나 아프리카계 이민자 또는 난민들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 극우파는 이민자와 난민들이 실업 문제와 복지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적개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더구나 ‘실패한 쿠데타’를 계기로 난민의 관문 역할을 하는 터키와 유럽 관계가 악화일로여서 난민 해법은 꼬일 대로 꼬인 상태다.
일각에서는 EU가 난민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한 난민할당제가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10월2일 난민할당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헝가리에서는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으며 대통령 재선거를 앞둔 오스트리아에서는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건 극우성향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