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찬성

이윤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대한 검찰권 나눠 '검찰 정치화' 막아야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등으로 해묵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와 그 친족이 저지른 부패사건의 수사·기소를 전담하는 독립적 수사기구인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안이 과거 국회에 아홉 차례나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야당이 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조에 나섰다. 공수처 설치 찬성 측은 검찰 권력 분할로 상호견제가 가능하고 독립된 수사기구를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공수처도 인사권자 의중에 영향을 받아 독립적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옥상옥’의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못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권과 검찰이 결합해 정권이 검찰을 개혁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개혁을 하고자 했지만 개혁 방향을 잘못 파악한 경우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이 검찰을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검찰이 스스로 탈정치화하리라고 오판한 바 있다.

검찰권의 정치화와 부패는 세 단계를 통해 발생했다. 검찰의 핵심보직은 소수의 엘리트만 공유한다. 검찰 수뇌부는 현재 보직과 미래의 지위 보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스스로 정치권력과 결합하고 이로써 막강한 검찰 권력이 탄생한다. 검찰의 다른 구성원들도 강력한 검찰 권력을 배경으로 한 유무형의 혜택을 같이 누리게 되면 검찰의 자체 개혁은 구호가 되고 개인의 양심만으로 각종 유혹을 뿌리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단 이 단계에 들어서면 기존 권력기관과의 권한조정에 의해 검찰개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때 개혁은 검찰권을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분할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수직적 분할은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이다.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의 존재는 기능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핵심보직 몇 개에 의해 검찰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계층조직을 구성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수평적 분할은 검찰권과 같은 기능을 갖지만 대상 사건이 제한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이다. 공수처의 장점은 외부에서 검찰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권 자체를 분할하는 데 있다. 권력의 분할과 분할된 권력의 상호견제가 권력의 독점, 비대화, 이로 인한 부패를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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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기능은 일반 시민의 삶이나 검찰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위 형사부 사건과는 큰 관련이 없다. 따라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독점하지 못하는 검찰은 집권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며 공수처는 검찰의 정치화를 막아주는 차단막으로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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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의 부수적 효과로 전관예우도 감소할 것이다. 공수처에서는 전관예우를 받지 못하고 검찰의 일반 사건들은 전관예우에 적합한 사건이 되지 못한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거나 정치권에 예속되기 쉽다는 주장은 온당하지 못하다. 공수처 자체는 제한된 사건만을 처리하며 이런 이유로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될 것이 예정되는 만큼 강력한 조직이 되기는 어렵다.

또 공수처는 대상 사건의 성격에 비춰 언론이나 다른 권력기관에 의해 집중적인 감시를 받게 될 것이다. 검찰의 힘은 그 숫자가 검사만 약 2,000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 형사사건은 물론 국가소송·민사소송 등 국가와 사회의 대부분 사안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수처가 ‘옥상옥’이라는 주장이나 공수처와 검찰이 기소권을 나누는 것이 국가구성 원리나 근대형사사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학문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검사가 없는 나라도 있고, 기소독점주의를 취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기소권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그 나라 역사·문화·법제도의 문제일 뿐이다. 부패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경우에 권력 분립과 견제가 중요한 것이지 새로운 권력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 공수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대부분의 증상을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공수처가 신설된다면 공수처에 수사권만을 주거나 공수처가 가지는 고위공직자비리 사건 관할을 검찰이 함께 갖는 방안을 추구할 것이다. 공수처는 단순한 부패방지기구가 아니라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공수처에 기소권까지 줘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다만 공수처에 독점적인 관할권을 주는 것은 경쟁의 원리에 반한다. 따라서 관할의 경합을 인정하되 공수처에 관할 우선권을 주는 방향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공수처의 인적구성이다. 공수처장의 임명 절차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권력부패를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독립기구로 만들고 국회에서 공수처장을 임명해야 한다. 공수처장이 반드시 법조인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판사나 검사 경력이 없는 형법학 교수가 원칙대로 사건처리를 처리하는 데 적합할 것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은 국회에 매년 업무보고를 하도록 하고 그 구성원에 대해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되 퇴직 후 일정한 직책이나 영리 활동을 제한하는 방법에 의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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