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짜 주식·고급차·여행경비...검은 돈에 무너진 '검찰의 꽃'

[진경준, 현직 검사장 첫 기소]

천재검사로 요직 거치며 승승장구

거액의 수뢰 밝혀지며 끝내 추락

넥슨도 경영비리 수사 '불똥'

김정주는 등기이사서 물러나

3035A14 진경준 검사장 수사 일지3035A14 진경준 검사장 수사 일지




넥슨과 한진그룹으로부터 9억원대 뒷돈을 받은 진경준(49) 검사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꽃’인 검사장이, 그것도 현직 검사장이 최초로 구속 기소되면서 검찰은 내부적으로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21기)을 수석으로 수료한 ‘천재 검사’였다. 검사에 임용되고 나서는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과 형사기획과장·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기획통’으로 활약했다. 내부 신뢰도 두터워 지난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준비단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재산공개내역에서 넥슨 주식 매각으로 120억원대 이익을 실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중심에 섰다. 비상장기업인 넥슨 주식을 ‘특혜성’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 대표와의 친분관계가 주목받았다. 진 검사장이 평소 제네시스와 벤츠 등 고가의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는 목격담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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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임검사팀의 수사에서 대부분 혐의는 사실로 밝혀졌다. 진 검사장이 지난 2005~2014년 해외 가족여행 경비 5,000만여원을 김 회장에게 대납하도록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뇌물의 대가로 넥슨 관련 사건의 법률자문 등 도움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내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전 대한항공 부사장 서모씨에게 자신의 차명 용역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요구하고 130억원대 매출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진 검사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 내사를 벌이다 그대로 종결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뇌물과 내사 종결 과정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법무부에 진 검사장의 해임 징계를 청구했다. 진 검사장은 주식 논란 초기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진 검사장이 비리로 얻은 130억원대 재산을 동결하고 추징보전에 나선 상태다.

이번 수사는 검찰뿐 아니라 넥슨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검찰은 특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넥슨의 경영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로 사건을 넘겨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등기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에서 “오늘부로 넥슨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며 “법의 판단과 별개로 저는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사임을 발표하면서 넥슨의 경영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거대 게임사 총수가 기소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어서 회사 임직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넥슨 관계자는 “일본법인은 마호니 대표가, 한국법인은 박지원 대표가 각각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경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동영·조양준·이완기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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