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 5,00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총선 참패 후유증으로 내홍을 거듭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미래를 보기 위해 모였지만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계파 선명성을 부각하고 감정싸움에 골몰했다. 34도를 넘는 바깥의 폭염이 체육관 안의 계파 간 감정싸움과 맞물려 당원과 지지자들을 더한 짜증으로 몰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박계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정견발표를 통해 “공천 파동에서 갑질정치를 한 친박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며 “아직도 계파 타령만 하는 당은 엉망진창이고 사망선고 직전”이라고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또 다른 비박계 후보인 주호영 의원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은 친박 핵심”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친박 후보인 이정현 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이라며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후보는 소통 책임자가 아니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의원은 이어 “세월호 사고에 책임져야 할 장관은 누구냐”며 친박계 이주영 후보를 대놓고 비판했다. 비박인 주호영 의원은 현 정부와 관련한 친박 후보를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비박계 후보들이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당 주류인 친박계 후보를 공격하자 친박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 진영에서는 야유와 비난이 터져 나왔다.
친박 후보인 이주영 의원은 정병국·김용태 의원의 ‘비박계 단일화’를 “계파정치”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은 “총선 참패의 원인은 계파 패권주의로 인한 ‘분열과 배제의 정치’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이 계파 패권주의에 기댄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을 떠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민심에 역행하는 반(反)혁신 아니냐”라고 맹비판했다.
일부 참석자는 당 대표 경선이 이대로 흘러가면 누가 돼도 당이 더 분열될 게 자명하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 당원은 “친박·비박이 이렇게 헐뜯고 나면 나중에 누가 당 대표가 돼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겠느냐”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계파 간 설전은 최고위원 후보 연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비박계 최고위원 후보인 강석호 의원은 “막가파식 공천에 이어 대통령을 거론하며 호가호위한 녹취록 사건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드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친박 핵심인 이장우 후보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아무것도 못할까 걱정이다.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반박했다.
여권의 심장부인 영남은 새누리당 전대 선거인단 34만여명 가운데 45%인 15만명이 집중된 곳으로 당권 레이스의 판세를 좌우할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은 이날 창원을 시작으로 8월3일 전북 전주, 5일 충남 천안, 6일 서울에서 차례로 합동연설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창원=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