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김옥찬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깜짝 발탁하면서 본격적으로 윤종규 2기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각각 지주 부사장(윤 회장)과 국민은행 CFO(김 사장)로 궁합을 맞췄던 KB의 대표적인 실력자들이 함께 둥지를 틀면서 KB는 윤 회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던 사령탑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한 후계구도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공석이었던 지주 사장이 정식 선임됨에 따라 윤 회장의 국민은행장 겸임 체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KB 안팎에서는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는 윤 회장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지나치게 권력이 한 곳에 집중돼 있는 만큼 올해 말 회장과 행장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곤 했다.
하지만 지주 사장 자리가 부활하면서 윤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부담은 한결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분간 은행장 업무에 좀 더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이 이제야 영업력을 회복하고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만큼 행장 분리는 너무 이르다는 내부 분위기도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앞으로 지주 사장을 맡으면서 KB의 비금융 계열사 강화 전략을 비롯해 대우증권 인수 등 지주 차원의 중대 현안을 물밑에서 지휘할 예정이다.
KB 내부에서는 김 사장의 지주 사장 선임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KB의 한 고위인사는 "KB는 그간 회장과 지주 사장, 회장과 은행장 등이 끊임없이 권력 싸움을 벌여온 만큼 어떤 인물이 지주 사장으로 오느냐에 너무나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김 사장은 내부 신임이 높아 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인데다 윤 회장과도 스타일이 비슷하고 이미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 시너지를 내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사장은 국민은행에서 국제부 및 싱가포르사무소를 거치고 재무관리 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및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인재로 차기 행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 이 때문에 지난 지주 회장 경선에서도 초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경선 참여를 고사하고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택한 바 있다. KB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번에 김 사장이 KB로 다시 돌아온 것은 KB에 적합한 인물을 지주 사장으로 앉히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주 사장 선임으로 KB는 후계구도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얻게 됐다. KB는 윤 회장 취임 이후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지배구조를 튼튼히 하기는 했으나 윤 회장 이후 후계구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고 내부에서 줄서기가 극심하면서 비중 있는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이 서울보증보험 사장 재직 경험을 잘 살리면 KB가 연초 인수한 KB손보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