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中 철강사 합종연횡] 中 철강산업 재편 속내는 대형화...국내, 설비 감축만이 능사 아니다

中, 규모의 경제로 원가 절감

글로벌시장 경쟁력 강화 포석

당장 공급 과잉에만 초점 맞춰

국내 업계 구조조정 강행 땐

中 철강사에 시장 뺏길 우려





세계 5위 중국 바오산강철 공장 전경./자료=바오산강철 홈페이지세계 5위 중국 바오산강철 공장 전경./자료=바오산강철 홈페이지



세계 2위인 중국 허베이강철과 9위 서우두강철 간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철강업체의 구조조정 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중국이 겉으로는 회사 간 합병으로 공급물량을 줄이는 것처럼 움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철강회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체는 합병을 통한 대형화의 길을 가는데 우리가 생산설비를 줄이면 결국 중국 업체만 돕는 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민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3일 중국 철강업체 합병과 관련해 “수요와 공급은 경기여건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공급과잉이라고 해서 (국내 생산)설비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업체별 대응이 아니라 철강산업 전체가 전략적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철강업계로부터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체 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허베이강철 건 외에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속내가 따로 있다고 본다. 1차적으로는 공급물량 감소지만 초대형 철강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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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문가들은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조강 생산량 1위인 아르셀로미탈의 전례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 2006년 네덜란드 철강사인 미탈스틸이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그해 연산 1억2,000만톤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아르셀로미탈은 2007년 수익률이 10%까지 올라갔다. 대형사의 이점상 경쟁사와 비교해 톤당 80달러 정도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지만 여전히 철강업계에서는 대형 철강사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배가 크다고 전쟁에서 늘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형사가 되면 바잉파워(구매력), 마케팅 효과에서 이점을 가지니 이를 노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도 “중국 철강사의 대규모 합병은 결국 대형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며 “공급과잉 상황을 대형화로 이겨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의 철강사 합병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일부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는 지금의 구조조정 방향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철강업계는 이달 말 나오는 철강산업 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업계 자율의 사업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는 후판·강관·철근을 공급과잉 품목으로 보고 생산설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철강업계의 설비감축이 대형화를 이룬 중국 철강사에 시장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업체는 대형화로 원가경쟁력을 키우는데 우리나라 업체가 일부 생산량을 줄여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할 때 생산물량이 적으면 호황기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톤을 생산하는 중국 철강업계가 있는데 국내에서 몇백만톤 생산을 줄인다고 공급과잉 해소에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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