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병행수입 넘치고 마트선 상시할인...희소성 사라진 명품

마이클코어스 등 중저가서

프라다 등 고가브랜드까지 확대

병행수입 물량 두배 이상 늘어

"백화점서 구입 땐 손해" 인식

최소 20%서 절반까지 가격 차

지난해 한 대형마트가 개최한 명품 대전에서 소비자들이 판매대에 가득 쌓인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지난해 한 대형마트가 개최한 명품 대전에서 소비자들이 판매대에 가득 쌓인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자신이 백화점에서 200만 원 초반대에 구매한 발렌시아가 모터백을 대형마트에서 100만 원대 중반에 판매한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상했다. 5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가격보다 더 마음을 속상하게 한 것은 비교적 명품 브랜드라 생각했던 제품이 마트 판매대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명품 브랜드라면 이미지 관리가 생명인데 휴지 코너 옆 매대에서 도매시장 물건처럼 판매되고 있어 충격적”이라며 “명품 중에서도 흔치 않아 이 브랜드를 즐겨 들었는데 앞으로 더 구입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비 불황기를 맞아 병행수입과 대형마트의 명품대전 등이 봇물을 이루면서 고가 수입잡화 브랜드 등 일명 ‘명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 브랜드 가방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지만 역으로 명품의 필수 조건인 ‘희소성’이 사라져 일부 제품의 경우 브랜드 지속성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심각한 소비불황 속에서도 자신의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는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지속되면서 명품 잡화 브랜드에 대한 병행수입 판매와 초저가 할인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병행수입은 독점수입업자가 아닌 제 3자가 제품을 들여와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으로, 코치·마이클코어스 등 중저가 브랜드 중심으로 지속 되다 최근 들어 프라다·지방시·보테가베네타·버버리·발렌시아가 등 고가 브랜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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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에 따르면 병행수입품 통관인증 업체는 지난 2013년 105개에서 지난해 말 469개로 급증했고, 통관인증 업체의 지난해 가방 수입 물량도 79만8,292개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몰 11번가의 올해 1~7월 패션·잡화군 병행수입 거래액도 지난해 동기보다 54% 증가했다.

이처럼 수입물량이 늘고 경쟁업체가 많아지면서 소비자 가격은 브랜드에 대한 가치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2016년 봄·여름 신상품으로 백화점 판매가가 360만원인 ‘프라다 사피아노(1BG756)’는 한 병행수입 매장에서 279만원에 판매됐다. 362만원 선인 ‘보테가베네타 패러슈트(222322)’도 247만원에 거래됐고 ‘구찌 씨마토트(387069)’는 154만원에서 102만원, ‘발렌시아가 클래식모터(103208)’는 215만원에서 115만원 등 판매가 하락이 나타났다. 최소 20%에서 최고 절반 수준까지 판매장소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다른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재고 상품일수록 할인율이 높지만 근래에는 신제품까지 할인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대형 백화점마저 소비 촉진을 위해 병행수입매장을 입점시키고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마트까지 명품대전에 열을 올리는 등 명품을 싸게 구입하는 통로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수입 명품 가방에는 등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유통망 및 브랜드 관리가 안 되는 수입 브랜드 가방에 몇 백 만원을 쓰느니 희소성이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나 최고급 명품 브랜드만 고집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샤넬,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반면 일부 브랜드는 위상이 몰락하는 등 명품 그룹도 양극화 양상”이라며 “신흥 브랜드들이 히트 상품을 앞세워 새롭게 등장하는 등 명품 업계도 불황을 맞아 혼란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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