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뇌전증 마녀사냥 거둬야"

대한뇌전증학회 긴급성명 발표

해운대 사고 운전자 당뇨·고혈압 등

여러가지 지병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뇌전증' 규정 안돼

질환별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 연구 필요

17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 가해자가 ‘뇌전증(간질)’ 환자로 밝혀지면서 관련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약물치료 등 철저한 사후관리로 질환 극복에 힘쓰며 정상인과 마찬가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뇌전증 환자도 있는 만큼 이들 전체를 ‘잠재적 살인자’로 몰고 가는 등 사회적 낙인 찍기는 없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4일 긴급성명을 통해 “해운대 운전사고를 낸 환자의 경우 당뇨·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지병이 있으므로 교통사고 원인을 뇌전증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며 “마녀사냥을 거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무엇이 운전자의 정신을 잃게 했는지 정확한 진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당뇨약에 의한 저혈당 증상도 의식 소실과 이상행동 및 뇌파 이상을 보여 뇌전증 발작과 구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즉각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고혈압성뇌증 역시 기억장애 및 정신혼란, 졸음증에 빠질 수 있다”며 “이 환자의 경우 어떤 문제가 운전 중 정신을 잃게 했는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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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1년 간 발작이 없는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는 60세 이상 정상인들보다도 낮다”며 “마치 뇌전증이 모든 교통사고의 원인인 듯 과학적 근거 없이 몰고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뇌전증 및 운전 중에 의식소실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의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해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홍 회장은 “심근경색·치매·뇌졸중 등 만성질환의 교통사고 국내 통계 연구 자료가 전무하다”며 “각 질환별 교통사고의 상대적 위험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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