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문재인 전 대표의 더민주 내로의 정계 복귀 제안에 대답 없이 미소로만 답했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은 2014년 6월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립대 살리기 전국교수대회 후 약 2년 만이다 .
손 전 고문과 문 전 대표는 지난 6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평화콘서트에 참석했다. 떨어진 자리에서 행사를 관람한 두 사람은 행사가 끝나고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요즘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 빨리 당에 돌아오셔서 힘을 넣어달라”고 말했고 손 전 고문은 활짝 웃기만 하며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가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방식을 ‘더민주 복귀 후 자신과의 대선 경선 대결’로 사실상 제안한 것에 대해 대답 없는 웃음으로 복잡한 심경을 전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7일 손 전 고문 측에 따르면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방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당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 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만이 그간 손 전 고문 측근들이 내놓은 공통된 생각이었다.
손 전 고문이 문 전 대표의 제안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도 더민주 정치 1선으로 복귀해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표현으로 추측된다. 문 전 대표가 강력한 더민주 내 지지층의 힘을 바탕으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이 문 전 대표와 더민주에서 직접 대결하는 방식으로 대권 본선 무대를 밟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당적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더민주의 당권 구도와 야권 연대 등 야권의 지형 변화를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손 전 고문은 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김대중 선생은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고 선각자”라고 김 전 대통령을 재차 높이 평가했다. 그는 “2년 전 정치를 떠날 때 아침에 조용히 집사람과 둘이 김대중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강진에 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호남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자 호남 내의 영향력 강화를 바탕으로 정계 복귀에 나서기 위한 수순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