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더민주 의원 방문 실시간 보도…中 '사드 때리기' 여론전 고삐

의원단 駐中 대사 면담, 기업인 간담회는 취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영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 방문을 강행했다.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중국 매체들은 이들 의원의 방중 일정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중국 언론들은 중국 도착부터 이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주말 동안 주춤했던 사드 때리기 여론전의 고삐를 다시 조일 조짐이다.

더민주 의원단은 이날 오후 방중 첫 일정으로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장샤오밍 교수 등과 좌담회를 갖고 국제 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정 의원은 이날 좌담회 내용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 사회 일원으로 국제 문제에 대해 한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한중 관계가 훼손되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중국 매체들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중국 측 참석자들은 한국이 북핵 문제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참석자들은 양국 언론이 사드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보도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더민주 의원단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곧바로 김장수 주중 대사를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가 전날 밤 갑자기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됐던 기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 역시 부담을 느낀 대다수 기업인들이 참석을 꺼려 취소됐다. 베이징 주재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해 국민 여론이 아주 민감한 상황에서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이곳 기업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라며 “그렇지 않아도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당국의 경제제재 움직임 여부에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교민간담회 장소도 국내 한 대기업의 회의실에서 여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해당 기업이 난색을 표명해 왕징의 한 상업용 건물로 바뀌었다.


의원단은 9일 오전에는 중국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판구연구소 좌담회와 중국혁명건설촉진회 리홍린 부장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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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청와대가 전날 “중국 관영 매체가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밝힌 데 대해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이런 태도는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도타일파(적반하장과 같은 성어)’와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인민일보를 비롯한 다른 관영 언론들은 별도의 기사나 논평을 내지 않는 양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신경을 쓰고 있는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9월4~5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이번 주부터는 중국 언론들의 사드 때리기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민주 의원단의 방중이 미묘한 시기에 진행된 터여서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김광수기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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