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해 3월 고위법관의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법관의 경우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대형로펌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번 심사 결과를 보면 로펌을 피해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법관의 대기업행 역시 로펌행과 마찬가지로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수임하는 기존 방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직원으로 채용해 해당 기업의 법률소송을 자문하는 것이어서 또 다른 형태의 전관예우가 될 수 있다.
법관의 로펌행도 막지 못했다. 이번 심사 결과를 보면 박홍우 전 대전고등법원장이 법무법인 KCL로 간 사례가 있다. 당시 심사 때 대법원 윤리위는 박 전 고법원장이 퇴직 전 5년간 대부분 법원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 업무만 담당했고 일부 재판을 맡은 기간에도 KCL이 수임한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아 취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들도 퇴직 후 로펌에 재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 윤리위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