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폐지나 축소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김용래 에너지 산업정책관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나 축소 등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부가 판단하기엔 사회적 합의가 안 되어 있는 것.
그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소위 말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누진제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도 다양하다”며 “그래서 이것은 전체적으로 어떠한 사회적인 합의가 논의가 돼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대 11.7배에 달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탓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올 여름 상황을 보면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전기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가 한 2200만 가구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상당한 가구는 원가 이하로 전기공급을 하고 있다”면서 “(누진제로 혜택을 보는)상당한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어떤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 언급했다.
최근 생활패턴을 보면 오히려 고소득층이 1·2인 가구가 많고, 저소득층이 겨울에 전기 온열기 사용 빈도가 높은 점 등을 미뤄볼 때 ‘저소득층=전기 소량 사용’이란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득 수준과 전기사용량이 100% 일치한다고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 1974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전력 사용을 억제하고 전기 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 하지만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의 차이가 최대 11배를 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차이는 2단계 누진세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1배, 일본은 3단계에 1.4배, 대만은 5단계 2.4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11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 가정의 97%가 누진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하고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로 이미 충분히 아껴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집에서 냉장고, 밥솥, 세탁기에 텔레비전만 켜도 100kWh가 바로 넘어간다”며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 중 3% 만이 누진제 적용이 안 되는 100kWh 이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