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지난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논문에서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부동산중개인도 사라질 가능성(86%)이 높은 직업으로 분류했다.
최근 부동산중개인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부동산중개인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중개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부동산 정보를 ‘DIY(Do It Yourself)족’ 증가와 기술 발달로 누구나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직거래 실적 통계자료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직거래 비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캐나다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소유주가 중개인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한 후 매매를 성사시킨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뉴질랜드에서도 직거래 비율이 10%를 넘어섰고 호주에서도 직거래 전문회사들의 등장으로 직거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직거래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인터넷 발달 덕분에 계약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개인이 매물을 직접 등록해 마케팅하는 일부터 해당 부동산을 보여주고 협상하는 일도 손쉬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부동산중개인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로도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부동산 투자 전반에 대한 전략적 조언과 안내를 할 수 있는 조언자(advisor)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중개인의 역할이 ‘판매(selling)’에서 ‘연결(connecting)’과 ‘자문(advising)’으로 바뀔 것이며 10년 내 50%의 중개인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술에 정통하고 재무적 능력을 겸비한 거래 중심의 ‘관계 조언자(relationship advisor)’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는 더 이상 고객과의 관계를 일회성 만남으로 생각하는 부동산중개인은 살아남을 수 없다. 또 사냥꾼처럼 여기저기 사냥감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거래 중심의 사냥꾼형(hunter) 비즈니스 마인드로는 생존할 수가 없다.
결국 부동산중개인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조언자(trusted advisor)’로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일회성이 아닌 ‘조강지처’와 같은 동반자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 또 고객 눈높이에서 진정한 조언자로 자문 역할을 하는 농부형(farmer) 비즈니스 마인드가 요구된다.
앞으로 고객들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진정한 조언자를 찾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는, 따라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동산중개인은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