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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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 장수 사마의는 어느 날 밤하늘을 살피다 별 하나가 긴 꼬리를 남기며 촉군 진영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죽은 것을 안 그는 퇴각하는 촉군을 추격하다 갑자기 나타난 제갈량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친다. 소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내쫓았다’는 대목이다. ‘삼국지’에서는 이때뿐 아니라 여러 번 별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이 죽는다. 하늘이 관우·주유·장비·유비 등 유명인이 죽을 때마다 어김없이 땅에 내려준 별은 다름 아닌 별똥별이다. 별똥별만큼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내가 너를 생각하는 줄/넌 모르지/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순간에/내가 너의 눈물을 생각하는 줄/넌 모르지/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넌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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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별똥별’이라는 시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짧은 시간에 너를 생각하려면 얼마나 오래 생각해야 했을까. 너의 눈물을 얼마나 오래 생각했으면 내가 그 눈물이 돼버렸을까. 별똥별 안에서라면 찰나와 영원이 하나 되고 나와 네가 하나 된다.

이렇듯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별똥별이지만 땅에 떨어져 운석이 되는 순간 상상은 현실에 자리를 물려준다. 2년 전 운석이 발견된 경남 진주는 한몫 챙기려는 운석 사냥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달이나 화성에서 떨어져 나와 운석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분화 운석은 1g당 100만원이 넘게 거래된다. 요즘 금값이 1g당 5만원 정도니까 20배가 넘는 고가다.

12일 저녁 북동쪽 하늘에서 별똥별이 시간당 최대 150개가량 떨어지는 유성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가장 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시간은 오후10시부터 다음날 0시30분까지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생각하고 별똥별이 떨어진 뒤에는 그 사람을 위해 운석 로또를 향한 사냥길에 나서봄이 어떨까.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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