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SOS SOS SOS



SOS. 구조 요청 신호다. 보다 정확하게는 국제 해상 조난부호. 구조 요청을 받은 선박은 국적과 진영에 관계없이 무조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SOS는 언제부터 쓰였을까. 통설은 1912년 4월이 시초다. 최악의 해난사고로 꼽히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다급하게 SOS를 타전한 게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타이타닉호가 SOS를 타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초는 아니다. 그렇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최초 사용은 1909년 8월11일. 미국 증기선 아라파호(Arapahoe)호에 의해서다. 대서양과 인접한 연안 노스캐롤라이나 주 연안에서 프로펠러 구동축 고장으로 침몰 위기를 당하자 처음으로 SOS를 쳤다. 타이타닉호 침몰보다 2년 8개월 앞서 SOS를 모스부호로 보냈다. 모래톱이 많아 난파선이 많기로 유명한 해역에서 표류하던 아라파호는 무사히 구조됐다.

그렇다면 SOS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해난 신호는 없었나. 있었다. 범선 시대에는 깃발을 높이 흔들거나 연기를 피워 올렸다. 야간에는 횃불을 흔들었다. 무선 전신으로 해난 신고를 시작한 시기는 1899년부터. 영국 연안에서 침몰 위기의 선박이 ‘HELP(도와달라)’를 모스 부호로 보냈다. 이때부터 1908년까지 문서로 남은 무선 전신 조난 신고는 모두 9건. 그러나 소통이 쉽지 않았다. 조난 부호가 나라마다 달랐던 탓이다.


영국은 CQD를 썼다. ‘위험하니 빨리 와 달라(Come Quick Danger)’라는 의미다. 프랑스는 CQ. 프랑스어 ‘여기를 봐줘’를 의미하는 ‘securite’의 줄임이다. 미국 선박들의 조난부호는 ‘지체 없이 도와 달라’는 뜻을 내포한 ‘NC’였다. 독일은 SOE. 나라마다 조난 부호가 다르니 통일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국제 공용의 해난 신호를 마련하자는 첫 회의가 열린 시기는 1903년. 주최국 이탈리아는 자신들이 쓰는 SSSDDD를 제시했으나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결국 합의를 내지 못하고 해양대국 영국의 기준인 CQD 사용이 늘어났다. 무선통신 시대를 연 마르코니 회사도 1904년부터 CQD를 기준으로 삼았다.

관련기사



SOS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1906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무선회의에서다. ‘SOS는 우리 배를 구해주세요(Save Our Ship)’의 약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알파벳 S와 O를 모스 부호로 쳤을 때 가장 간단하고 확실했기에 낙점을 받았다. 국제 표준으로 정해졌음에도 SOS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첫 사용(1909)부터 타이타닉 침몰(1912)까지 타전이 7번에 불과했다. 주류는 여전히 CQD였다. 타이타닉호도 처음에는 CQD를 타전하다 침몰 직전에야 SOS를 날렸다.

타이타닉호 침몰은 조난 부호 통일의 필요성을 더욱 각인시켰다. 결국 SOS는 국제기준으로 자리 잡아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국제 조난 표준 부호로 사용되지 않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1999년 조난 신호로서 모스 부호를 폐기했기 때문이다. SOS를 밀어낸 새로운 조난 신호는 GMDSS(국제 해난구조체계:Global Maritime Distress and Safety System). 인공위성과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새로운 시스템이 공식 조난부호로 사용되지만 SOS는 여전히 조난 구조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위성항법장치 등이 없는 소형 선박 등은 아직도 SOS를 사용한다.

우리에게는 뼈 아프고 처절한 SOS의 기억이 있다. 해난 구조에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호와 시스템이 아니라 책임지겠다는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세월호가 조난 신호 장비가 없어서 꽃다운 아이들을 실은 채 가라 앉았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곧이 들었던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보낸 SOS의 메세지마저 우리는 흘려 보냈다.

역사적으로 SOS 조난 부호로 인해 구출된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 사람들은 단순한 모스 전신부호인 SOS에 갖가지 희망의 언어를 새겼다. 마치 우리 들으라고 만들어 놓은 말 같다. SOS(Survivors On Ship: 아직 생존자가 배에 있으니) SOS(Suspend Other Service: 모든 일을 중단하고), SOS(Save Our Students: 우리 학생들을 구하라). SOS…SOS…SOS….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