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는 440㎞.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이제 1승만 보태면 마침내 올림픽 개최 도시 리우에 입성한다.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간) 훈련지인 상파울루에 도착한 대표팀은 약 2주 뒤 결전지인 사우바도르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피지·독일과 1·2차전을 치른 뒤 11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마네가힌샤주경기장에서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렀다. 비기기만 해도 브라질에서의 여정을 연장할 수 있던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1대0으로 제압하며 벨루오리존치행을 결정지었다. 앞서 피지를 8대0으로 누르고 독일과는 3대3으로 비긴 한국은 2승1무, C조 1위로 당당히 8강에 올라 14일 오전7시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주경기장에서 D조 2위 온두라스와 맞붙는다. 여기서 이기면 18일 오전1시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리우의 마라카낭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된다. 상대는 개최국 브라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사우바도르를 출발해 계속 남하하고 있다. 1차 목표는 리우까지 내려가는 것.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최초 기록을 쓴 신태용호는 4년 전 런던에서 홍명보호가 이뤘던 동메달을 넘어 결승까지도 내달릴 기세다. 멕시코전 승리 후 손흥민(토트넘)은 “이게 끝이 아니라 더 큰 목표가 있다. 이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전쟁이라는 생각으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석현준(FC포르투)도 “우리는 4강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2회 연속이자 통산 네 번째로 올림픽 8강에 진출한 남자축구는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런던올림픽 당시의 ‘황금 세대’와 비교하며 ‘골짜기 세대’라고 불렀지만 역대 최다 승점(7점), 최다 골(12골) 등 신기록을 쏟아내며 황금 세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8강 티켓이 걸린 멕시코전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황태자 권창훈(수원)이 후반 32분 해결사로 나섰다.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툭툭 치고 들어가며 수비 3명을 차례로 제치더니 왼발 대포알 슈팅을 골키퍼 머리 위로 통과시켰다. 한국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권창훈은 지난 5월 말 K리그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지만 ‘한 방’은 살아있었다. 1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최다 골(5골)을 기록했던 그는 본선에서도 피지전 2골을 포함해 3골을 터뜨리며 신태용호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기기는 했지만 결승까지 가려면 멕시코전에서의 경기력으로는 곤란하다. 한국은 후반 16분 상대 중거리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온 덕에 한숨을 돌렸다. “선수들이 내려와서 경기했던 부분은 내가 원한 플레이는 아니었다”는 신 감독 말처럼 비겨도 진출이라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의식됐는지 수비적인 플레이가 계속된 탓에 오히려 내내 끌려다녔다. 공격 전개를 담당할 꼭짓점도 보이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오다 이날은 센터백으로 나선 주장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면 8강이 어려울 뻔했다. 장현수는 “축하 분위기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온두라스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두라스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8강으로 안내했던 호르헤 루이스 핀투(콜롬비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와 1대1로 비기는 등 만만찮은 전력을 자랑한다. 아르헨티나는 탈락했다.
알베르스 엘리스(올림피아), 안토니 로사노(테네리페) 등이 주축인 온두라스에 한국은 올림픽 대표 간 전적에서 2승1무로 앞서 있지만 두 달 전 4개국 친선대회에선 2대2로 비겼다. 한국의 홈경기였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면서 골을 넣은 것을 고려하면 4개국 친선대회 때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온두라스도 우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한국은 온두라스를 누르면 브라질-콜롬비아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