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50>에서 아담 레너역을 맡은 배우는 신경섬유육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 병은 척추의 신경 조직에 발생하는 암이다. 아담은 의사의 진료실에서 의사가 말하는 신경섬유육종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지만,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심지어는 그게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의사는 ‘암’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아담의 시야는 흐려졌다. 때마침 걸려온 높은 전화벨 소리가 의사의 목소리를 삼켜 버렸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여전히 암은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다. 그리고 암에 걸릴 확률은 성인의 경우 약 40%나 된다. 환자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고, 모두가 다 완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십년 간의 암 연구 덕택에, 오늘날 암 환자의 생존률은 크게 증대되었다.
현재 종양학계에서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요법이나 발견을 다룬 논문이 거의 매일 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문서나 특집 기사도 매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사 및 환자들 사이에서 <암>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최근 변하고 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암에 대한 이해도, 암의 진단 및 치료 기법은 최근 수년간 크게 발전했다. 그리고 과거에 알려졌던 암에 대한 지식 중 일부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됐다.
미국 암 학회의 의학 담당관 렌 리첸펠드는 “지난 1970년대에는 암을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완치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암에 대한 지식은 크게 발전했습니다. 발전된 기술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많은 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의 실체와 특징에 대한 지식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암이란 하나의 질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수백 종류의 질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질병들 간에는 공통점이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 및 사멸을 방해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암 진단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발암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리첸펠드는 과거에 비해 발암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노인들에게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었다. 즉 암과 같은 노화 관련 질병의 발병률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노화야 말로 가장 큰 발암 요인 중 하나인데 리첸펠드에 의하면 요즘 사람들은 80~90세까지 살며, 따라서 암 환자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암 발병률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암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11년 사이의 기간 동안 암 발병률은 하락했으며, 암 환자의 사망률은 더욱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암과의 전투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암의 발전은 더 도전적이지 않다고 리첸펠드는 지적한다.
또한 암 환자의 사망률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암의 발병 원인에 대해 종양학자들이 더 잘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암의 예방과 치료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담배 관련 암의 발병률이 줄어든 것도 큰 이유다. 195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담배를 피우면 암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고했다. 물론 대규모 금연 운동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지만, 이는 암 예방을 위한 중요한 활동이었다.
서울경제 파퓰러 사이언스 2016년9월호 부분 발췌
By Alexandra Oss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