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하나 빌려서 쉬면 정말 좋겠다. 내가 활 쏴서 물고기 잡아줄게.”(김우진)
“우리는 맨날 총소리 나는 데서(우범지역 삼보드로무 경기장) 경기만 했잖아. 리우에 이렇게 멋진 데도 있었다니.”(구본찬)
14일(한국시간) 차창 밖으로 그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파네마 해변이 펼쳐지자 신궁 삼총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양궁 대표팀의 구본찬(23·현대제철), 김우진(24·청주시청),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이날 처음으로 올림픽 선수촌과 양궁장을 벗어나 ‘진짜 리우’에 발을 내디뎠다. 외출에 나선 그들의 버스에 함께 올라탔다.
셋은 지난 13일 개인전을 끝으로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뒤라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 같은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한 김우진과 8강에서 떨어진 이승윤은 구본찬의 금메달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우진과 이승윤이 구본찬의 경기를 보다가 가슴이 졸여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하자 구본찬은 “제 경기 보신 분들에게 비타민제라도 돌려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셋은 평소 머리를 식힐 때도 떨어지지 않는다. ‘소고기에 소주’가 공식이다. “큰 대회에 나가기 전에는 꼭 살치살을 먹어야 한다”는 김우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최고 주당은 이승윤. 주량이 소주 2병이라는 구본찬과 김우진이 막내를 가리키며 “맥주 1만㏄는 거뜬히 마시는 녀석”이라고 ‘폭로’하자 이승윤은 “그래도 소주는 잘 못 마신다”며 손사래를 쳤다.
3명 모두 여자친구가 있다. 김우진과 이승윤은 “개인전 탈락 뒤 ‘충분히 잘했다’ ‘오늘은 울어도 된다’는 여자친구의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2년째 교제 중인 구본찬의 여자친구는 군인이다. 육군 8사단에서 소위로 근무하고 있다. 구본찬은 커플링을 보여주며 “김 소위가 보고 싶다. 선물은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 하나면 된다고 했다”며 빙긋이 웃었다.
15일 귀국하는 셋은 오는 9월2일 국내에서 열리는 종합선수권 출전으로 다시 쳇바퀴를 돌려야 한다. 이듬해 국가대표를 뽑는 지옥의 선발전 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이승윤이 “이 멤버 그대로 2020도쿄올림픽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자 형들은 “선발전 얘기는 나중에 하자”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리우데자네이루=글·사진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