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무엇이 진정한 애국인가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그간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던 사드 배치 문제를 지난 7월 성주 지역에 배치하기로 전격 발표한 후 온 나라가 찬반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협박수준으로 요구하고 북한 또한 대남 심리전을 통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미동맹을 근거로 미국이 주한미군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미중의 역내 주도권·자존심 대결로 변질되면서 북한 위협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한국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처럼 국가의 명운이 달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일부 지식인과 전직 고위관료가 중국 언론에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싣고, 일부 야당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지켜보며 참으로 당혹스럽고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연 진정한 애국이란 무엇인가. 지난 9·11 테러 발생시 미국이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하나로 뭉쳐 국가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나라사랑(愛國)으로 보면 무리일까. 참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에 할 말을 잊을 정도다. 국가 위기관리 측면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향후 지향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의 갈등관리 노력과 역량이 미흡했다. 님비(NIMBY) 및 핌피(PIMFY)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배치 지역 발표 이전에 정치권·지역주민·지자체를 상대로 사전협의·공청회·여론수렴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결국 스스로 자충수를 둔 형국이 됐다. 그간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 정책결정 구성원의 갈등관리 인식이나 역량의 미흡으로 빚어진 것으로 보여 지며 향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모든 권한이 대통령 1인에 집중되는 권력구조의 병폐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는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all or nothing) 그야말로 제로섬(zero-sum)게임이기 때문에 선거 시작부터 대통령 당선 후 임기를 마칠 때까지 과도한 편 가르기와 선명성 및 충성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는 제도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치는 국가이익보다 대통령 의도와 당리당략이 먼저일 수밖에 없어 건전한 국가정책수립과 집행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 중심제를 차후 국민적 논의와 합의 절차를 통해 4년 중임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가운데 선택·도입해 국가수반과 총리(부통령)가 권력을 적정하게 분점(分點)되도록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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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국가정책 결정참여자(기관) 간 치열한 논쟁과 협의·조정절차가 생략되거나 유명무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방부 장관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할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백화점에 있었다는 보도는 이러한 절차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음을 증명해주는 사례다. 왜냐하면 정책심의·의결참여자가 발표장소를 이탈함으로써 특정그룹(인사)에 의해 일방통행으로 결정됐고, 소외된 그룹(인사)의 반발과 냉소적 행태가 나온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향후 모든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집단사고(group-thinking)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레드팀(red team) 도입을 적극 검토해 반영하도록 법적·제도적 보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정치의 개념에 맞게 정치를 해야 한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는 사회적 희소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사드체제 필요성은 국가적 혹은 지역적인 가치라면 배치 결정은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치행위는 국내외 다양한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국가안보는 자국이익 확보가 우선이지 결코 다른 나라의 입장과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이념과 당리당략을 떠나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로마제국은 지도계층이 공동체 이익보다 사익을 우선해 국가 위기시 동원을 거부하며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 게임에 열광하다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패망은 외부요인보다 내부분열로 시작됐다. 맹자는 “전쟁에서 승리는 하늘과 지형이 주는 이점보다 구성원의 인화단결이 가장 중요하다(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고 갈파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직면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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