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스타트도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볼트는 빠른 출발로 레이스의 절반까지 앞서 달리던 저스틴 개틀린(34·미국)을 추월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육상 100m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볼트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1을 찍으며 1위로 들어왔다. 개틀린은 9초89로 2위를 차지했고 앙드레 드 그라세(캐나다·9초91)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9초58)에는 못 미친 볼트는 “매우 빠르지는 않았지만 우승을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내가 해낼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타트는 좋지 않았다. 볼트의 출발 반응은 8명 중 두 번째로 느린 0.155초였다. 하지만 키 195㎝인 볼트는 긴 다리와 큰 보폭을 활용해 점차 속도를 높였고 마침내 약 40m를 남긴 지점에서 개틀린을 앞질렀다. 이후로는 볼트 스스로가 결승선을 향해 얼마나 파워를 폭발하느냐의 문제였다. 2004아테네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개틀린은 막판까지 역주했지만 볼트의 등을 보며 결승점에 도달해야 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는 이로써 2008베이징대회와 2012런던대회에 이어 3개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1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남자 100m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선수도 볼트를 제외하면 1984로스앤젤레스와 1988서울대회를 제패한 칼 루이스(미국)뿐이다. 30세인 볼트는 올림픽 남자 100m 챔피언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최고령 우승자는 1992바르셀로나대회 때의 린퍼드 크리스티(당시 32세·자메이카)였다. 2008년과 2012년 200m와 400m계주도 석권한 볼트는 이날 100m 우승으로 역대 올림픽 금메달 수를 7개로 늘렸다.
‘볼트 타임’은 이번에도 레이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유쾌한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경기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트랙을 한 바퀴 돌며 7만여 관중들과 기쁨을 나눴다. 리우올림픽 마스코트 인형과 자메이카 국기를 받아 든 그는 관중석으로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팬들의 기념촬영 요구에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다시 결승선으로 돌아온 볼트는 신발을 벗고 사진기자들 앞에서 트레이드마크인 ‘번개 세리머니’를 취했다. 관중은 물론 TV 중계로 지켜본 지구촌 인류 모두가 이 순간만큼은 ‘자메이카인’이 아닌 ‘지구인’ 볼트를 향해 한마음으로 응원과 축하를 보냈다.
개틀린은 이번 은메달로 계주가 아닌 육상 단거리 종목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으나 출발 전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 때와 은메달 세리머니 때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그의 도핑 전력 때문으로 보였다.
한편 전인미답의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의 첫 단추를 잘 끼운 볼트는 16일 오후 200m 예선에 출전한다. 200m 결선은 19일 오전10시30분, 400m계주 결선은 20일 오전10시35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