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인 1995년 일본에서 생전 처음 보는 제품이 등장했다. 긴 막대기 끝에 카메라를 달 수 있도록 만든 이 제품의 이름은 ‘셀프 초상화 카메라 거치대’, 지금의 ‘셀카봉’이다. 사용설명서에 ‘연인들이 여행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기 어려울 때 사용할 것’이라는 친절한 글귀도 넣었다. 현재라면 대박 히트를 쳤겠지만 당시에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 최신 스마트폰이라면 자신이 찍힐 모습을 먼저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당시 카메라는 그런 기능이 전혀 없어 사진을 찍은 후에나 촬영 모습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품은 일본에서 ‘쓸모없는 발명품’에 뽑히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하기는 시대에 맞지 않아 사라진 것이 발명품뿐일까.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아 효용이 사라진 지식을 쓸모없는(obsolete) 지식(knowledge)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인 ‘압솔로지(obsoledge)’라 정의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시대 상황과 주변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MP3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운명을 다했고 활자를 끼고 살던 신문 조판공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1960~1980년대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극장 간판 미술가는 동네 극장이 멀티플렉스에 밀리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최근 리우올림픽 수영경기장에 배치된 인명구조 요원들이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수영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인간 물개들이 모인 곳에서 만약의 사태를 위해 튜브를 끼고 앉아 있으니 그럴 수밖에. 하는 일이라곤 누가 더 빠른가 감상하는 일밖에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지루한 표정의 안전요원 사진을 게재하며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직업’이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시대가 오면 자신이 이들처럼 안되리라 누가 장담하랴. 대부분 인간들이 기계에 밀려 쓸모없는 잉여 존재로 전락하지 않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