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가 다음 주까지도 클린턴에게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뒤진다면 11월 8일 대선에서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9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88%로 집계됐으며 트럼프는 12%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이 패할 확률 “NFL서 20야드 필드골 실수 수준”= 폴리티코는 여론조사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블레지언 텍사스대 교수의 예측 모델을 인용하면서 1952년 이후 16차례 대선에서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뒤진 후보가 역전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 60~70일 전이면 대개 결정되며, 이후에는 특수한 사건에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도 “클린턴이 패할 확률은 프로미식축구(NFL) 선수가 20야드 필드골을 실수할 확률과 같다”고 설명했다. 블레지언 교수는 “클린턴이 현재의 우위를 한주만 더 유지하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지난 4~10일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경합주인 콜로라도와 버지니아에서 트럼프보다 지지율이 각각 14%·13%포인트 높았고, 노스캐롤라이나도 9%포인트 앞섰다. 미 CBS뉴스 조사(10~12일)에서도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클린턴은 45%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40%)를 여유 있게 앞섰고 뉴햄프셔에서도 격차를 9% 포인트로 벌렸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18~34세)도 USA투데이의 최근 조사에서 오늘 당장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50%가 클린턴을 찍겠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 지지는 18%에 불과했다.
◇벌어지는 격차에도 트럼프는 마이웨이= 트럼프는 친러시아 행보에 무슬림 전사자 부모 비하, 클린턴에 대한 살해 교사 위협 등 지지층 이탈과 당 분열을 촉발한 자신의 기이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전날 트위터에 “변화하는 건 지지자들에 정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나에게 충실할 것”이라고 거듭 선언했다. 그는 지지율이 클린턴에 뒤지는 것을 “편향된 보도 때문”이라며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 신뢰도 조사’를 자체 실시하기로 했다. 또 트럼프는 이날 이민 신청자에 대해 ‘특단의 사상 심사’ 절차를 만들어 입국 허용 여부를 정하겠다면서 “우선 테러 경력자가 있는 출신국의 이민 신청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고립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외교 정책을 공식화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오는 9월 26일 시작될 TV토론이 10월까지 3차례 남았지만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가 마이웨이로 반이민 정서와 여전히 다수인 백인 서민층의 박탈감을 끝까지 보듬어 이변을 연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이변의 최대 변수로 “마음속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공개를 꺼리는 유권자 비율이 얼마만큼 되느냐”가 꼽히고 있다. 과거 여론조사보다 무응답층 비율이 최근 5~6%포인트 많기 때문이다.
선거의 귀재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지원에 나서며 “선거 다음날(개표 때)까지 초조하게 달리지 않으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조기 낙승론을 경계했다. 그는 이날 휴가지 인근 민주당 모금행사에 깜짝 연설자로 나서 “우리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클린턴이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계속해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고, 지지 전화를 돌리고, 사람들을 결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