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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리우]리우올림픽은 미국을 위한 잔치?

브라질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 준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경기가 끝났을 때 현지시각은 새벽1시30분쯤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브라질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 준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경기가 끝났을 때 현지시각은 새벽1시30분쯤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가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고막을 찌르는 음악 소리와 화려한 조명,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치어리더와 브라질 관중의 열기에 공연장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경기장은 1만2,000석 규모의 임시 구조물인데 앞뒤 좌석의 높이 차가 커 어느 곳이나 명당입니다. 경기장 바로 뒤로는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보이고 간지러운 바닷바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곳은 리우 올림픽 최고의 명소임에 틀림없는 듯합니다. 경기장 전체와 바다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관중석 꼭대기는 ‘셀카 성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17일(현지시간) 이곳에선 여자부 준결승이 열렸습니다. 브라질과 미국의 빅 매치. 경기장 주변뿐 아니라 리우 시내는 경기 전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시간이 0시를 훌쩍 넘은 시각입니다. 관중 일부는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귀가를 서둘러야 했고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새벽3~4시에야 잠드는 일정입니다. 결승도 같은 시각 열릴 예정인데 올림픽 비치발리볼 결승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시작되는 건 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비치발리볼 하면 작열하는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리우에선 다릅니다. 처음 경험하는 심야 경기에 억지로 낮잠을 자두는 선수들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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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발리볼 심야 경기는 ‘미드나이트 파티’로 불립니다. 자정에 시작되는 파티 같은 경기가 낯설면서도 즐겁다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고역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뿐더러 너무 밝은 조명에 공이 잘 보이지 않아 경기력에 악영향이 있다는 거죠.

수영·육상 등의 주요 경기도 밤10시 이후에 열립니다. 미국 시청자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건 이미 많이 보도됐죠. 비치발리볼 심야 경기도 같은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종목이라 서부 시청자들까지 황금 시간대에 볼 수 있게 조정한 겁니다. 리우가 밤11시59분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저녁7시59분이죠.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가 리우 올림픽 중계권료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낸 돈은 1조원이 넘습니다. 결국 광고 판매로 출혈을 만회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황금 시간대 편성이 필수겠죠. IOC는 돈줄인 NBC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 결국 피해는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얼마 전 미국의 수영스타 라이언 록티가 택시에서 권총 강도를 당한 일이 있었죠. 그동안 다른 나라 선수단이 당한 사건 사고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인데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 치안 강화를 당국에 요청했다”는 대변인의 성명이 얄밉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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