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실적악화에 청문회 준비까지...8부능선서 멈춘 조선·해운 구조조정

당국·채권단, 청문회준비로 구조조정 업무 올스톱

2분기 실적 심각..."살려놔도 효과 있을까" 회의론

한진해운은 실탄 투입 결정 차일피일 '가시밭길'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이 ‘8부 능선’에서 멈춰섰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이미 마련해놓았고 현대상선은 마지막 경영정상화 관문인 최고경영자(CEO) 선임만 남겨두고 있는 등 그동안 구조조정 업무에 속도를 내왔지만 더 이상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은 구조조정 대신 다음주 열리는 서별관회의 국회 청문회 준비에 손발이 묶여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이 늦춰지면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2·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지원을 하더라도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17일 금융위와 채권단 등에 따르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라인이 청문회 준비에 총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각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 내역을 보면 본질에서 비켜가는 게 상당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례로 야당의 한 의원실에서는 “금융위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관계자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거제도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결국 청문회의 모든 초점이 채권단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부당하게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데 맞춰지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직 정무위원회에서 공식적인 자료 요청이 나오기 전임에도 개별 의원실에서 요구해 작성한 설명자료만도 이미 1,000쪽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대략 3,000쪽 이상의 설명자료를 추가로 작성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드라인이 임박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작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조건부 자율협약 마감일인 오는 9월4일까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을 완료해야 하지만 전제조건이 되는 부족자금 해결을 두고 한진그룹과 채권단 간 줄다리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조양호 회장이 이제는 정말 어떤 식이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차 압박하고 있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족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용선료나 선박금융 협상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실무작업을 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미 시한이 도래했지만 한진 측에서 언제 최종적인 답변이 올지 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조선·해운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만 놓고 보더라도 전날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1조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놓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잣대로 감사를 진행하면서 이연법인세 자산 8,500억원을 손실처리한 회계이슈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구조조정 작업,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수년간 이익을 낼 가능성이 낮아 법인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역시 올 2·4분기 2,3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고 현대상선도 4,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채권단 관계자는 “당장의 손실이 경영정상화 작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당초 예상한 자금 흐름에는 수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채권단과 투자자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스스로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뒤가 꽉 막히다 보니 구조조정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간부회의 석상에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은 신속성이 생명인데 청문회와 검찰 수사 등 예상치 못한 암초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금융당국 수장의 불안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