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평양의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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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이 알려지면서 한 장의 사진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세계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인 앨버트 홀을 방문할 때 근접수행하면서 같이 찍힌 태 공사의 옆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태 공사가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일 뿐 아니라 김정은 권부의 핵심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출신성분으로 태 공사는 평양판 ‘금수저’의 전형이다. 아버지는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며 그의 친형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라고 한다. 그의 아내 오혜선도 같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의 일가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운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그의 아내도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 요원으로 일하다 홍콩 근무를 거쳐 2년 전 런던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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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공사는 북 최고 권력자들의 2세 사조직인 ‘봉화조’와 밀접한 관계였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타임스 보도로 2010년 처음 알려진 봉화조는 중국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군인 ‘태자당’의 북한판(版)이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아들인 오세원이 실질적 리더로 한때 알려졌으나 중국 언론은 2013년 김정철이 ‘수령’을 맡아 김정은 통치를 외곽에서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봉화조는 2000년대 초 만들어져 위조 달러인 슈퍼노트와 마약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최근에는 이권 다툼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다는 설이다. 일반 주민은 꿈도 못 꾸는 해외 생활은 물론 퇴폐적이면서 호화 향락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에 이은 핵심 지배층의 잇단 탈북에 격노한 김정은이 외교관 가족 일제 소환령을 내리고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파견했다. 또 탈북을 방조한 보안 책임자를 고사총 처형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이 정도면 그 자신도 속했던 금수저들의 배신에 대한 분노이기보다 권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극단적 ‘공포 반응’으로 봐야 한다. 계속된 핵·미사일 위협에 가려 몰랐지만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으로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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