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3권이 특별 한정판으로 출간됐다. 색스는 신경정신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 신경질환 환자들에 대한 인간적 시선을 담아 보통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에 맞섰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유명 작곡가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고,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로빈 윌리엄스는 그의 작품을 극찬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그를 두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만큼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색스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여러 예술가들에게 그의 작품은 영감을 선사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의학저술가로서만 한정돼 그의 진가가 충분히 나타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1주기를 맞아 출판되는 대표작 ‘편두통’(1970)·‘깨어남’(1973)·‘뮤지코필리아’(2007) 특별 한정판은 한국인 독자에게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세 권은 국내에 나와 있는 색스의 저작 중 2권을 빼놓고 11권을 모두 출간한 알마출판사가 그의 의미 있는 대표작을 골라 300부 특별한정판으로 선보인다. 이번 특별판은 그를 추모하는 시인과 사진작가가 컬래버레이션을 해 더욱 눈길을 끈다. 책에는 박연준·유진목·황인찬 등 시인 3명이 헌시를 했으며, 사진작가 김중만은 각 작품에 어울리는 표지 사진을 제공했다.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기다린다면, / 절뚝이는 사람 곁에서 함께/ 절뚝이고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다 사용하고 책 속으로/ 사라진 사람// 그늘에서, / 당신 영혼을 주워요”. 색스가 발표한 첫 번째 책인 ‘편두통’의 첫머리에 수록된 박연준 시인의 ‘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달리는 고속도로’ 중의 일부다. 책은 신체적이면서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병 ‘편두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1920년대 수면병에 걸려 수십년간 시체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기적 같은 순간을 기록한 ‘깨어남’에는 유진목 시인의 헌시가 수록돼 있다. 유 시은은 “당신을 붙잡을 때도/ 당신을 외면할 때도// 똑같이 사랑했던 날들// 그리하여 우리가 얼마나 오래전에 시작되었는지를”이라며 동질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연인이라도 발견한 듯 속삭인다. 마지막으로 ‘뮤지코필리아’는 뇌와 음악에 관한 기이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색스의 주특기인 병례사적 서술이 완숙기에 오른 텍스트로 평가된다. 색스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쓴 지 채 2년이 안돼 안구암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책에 황인찬 시인이 사랑과 이별을 쓸쓸하게 노래하며 헌시 ‘사랑과 자비’를 바쳤다. 각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