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니코틴 독살' 아내, 경찰·119 아닌 장례식장에 먼저 전화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모씨가 남편 사망 직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장례식장에 전화해 장례 절차를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경찰청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모씨가 남편 사망 직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장례식장에 전화해 장례 절차를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경찰청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치사량의 니코틴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모(47)씨가 남편 오모(53)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나서 경찰이나 119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전화해 장례 절차를 물어본 사실이 드러났다.

오씨는 지난 4월 22일 송씨와 함께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온 지 4시간 뒤에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22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사건 당일 오후 7시경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이 CCTV 화면에 잡혔다. 당시 오씨는 건강한 상태였다.


송씨는 경찰에 “외식을 하고 돌아와서 거실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남편이 피곤하다고 방에 먼저 들어갔다”며 “남편에게 안약을 넣어주기 위해 방문을 열었는데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송씨가 사망한 오씨를 발견하고 경찰이나 119에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전화해 장례절차를 문의했다가 장례식장 측에서 ‘먼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자 그제야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집안에서 숨진 남편을 발견했는데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장례식장에 전화해 장례절차를 문의하는 것은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행동”이라며 “건강한 상태로 집안에 들어갔던 오씨가 불과 4시간여 만에 숨졌고 현장에 송씨와 장애가 있는 딸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송씨의 범행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오씨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사인은 니코틴 과다 복용인데 오씨가 평소에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고, 부검 결과 오씨의 몸에서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아 사건 당일 함께 맥주를 마셨다는 송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 의심을 더하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니코틴 원액은 송씨의 내연남 황모(46)씨가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황씨는 “담배를 끊고 전자 담배를 피려고 샀을 뿐이고 지금은 전부 버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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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송씨와 황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둘의 관계를 묻는 경찰이나 영장전담 판사의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송씨와 황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는 등 이들이 오씨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송씨는 오씨가 사망하자마자 오씨 명의의 6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3억원의 동산 등 총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자신의 이름으로 돌려놨으며, 오씨의 사망 보험금 8,000만원도 수령하려 했으나 사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했다.

이 사건은 당초 자연사로 처리되는 듯 했으나, 검찰 지휘를 받은 경찰이 오씨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비흡연자인 오씨에게서 치사량의 니코틴과 수면제 성분이 발견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송씨와 황씨는 현재 오씨 살해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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