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 방산비리 수사 의욕 앞섰나…주요 피고인 또 ‘무죄’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해 재판에 넘겼던 방산 비리 주요 혐의자들이 잇따라 무죄 판정을 받고 있다.

통영함 비리에 연루된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에 이어 이번엔 정부를 상대로 한 납품사기 혐의를 받은 무기중개업체 대표가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방산비리 수사가 의욕만 앞서고 실속은 빈약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군수품 납품가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88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무기 중개업체 셀렉트론코리아(이하 셀렉트론)의 신모 전 이사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셀렉트론은 방산업체 E사가 영국 P사로부터 군수품인 영상증폭관을 수입해 납품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무역대리) 역할로 참여했다. 검찰은 셀렉트론이 하는 일도 없이 거래 과정에 개입해 납품가를 부풀리고 중개수수료를 챙겼다고 의심했다. E사와 셀렉트론의 실소유주는 거물 무개중개상인 함태헌씨로 같아 굳이 셀렉트론을 거래에 끼워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씨와 함씨가 공모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실무책임자인 신씨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함씨가 E사의 실소유자라는 전제부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E사의 임직원들과 차명주주 등이 함씨의 회사 실소유 여부에 대해 부정하거나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해서다. 신씨 역시 검찰 수사 때는 함씨가 실소유주라는 것과 함께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으나 법원에선 입장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신씨가 검찰 조사 당시 이틀간 밤샘 조사를 받으면서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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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트론이 하는 일도 없이 거래 과정에 개입해 수수료 명목으로 돈만 받아 챙겼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증언이 이어졌다. E사 전 직원이 “셀렉트론이 가격 협상, 애로사항 조정 등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영상증폭관을 수출한 P사 직원도 “셀렉트론은 본사의 한국 내 독점 에이전트로 많은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여러 진술을 종합할 때 함씨가 E사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셀렉트론과 P사 사이 에이전트 계약이 수수료를 편취하기 위한 거짓 계약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신씨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함씨까지 추가 기소할 예정이었으나 이러한 계획도 어그러지게 됐다.

아울러 최근 방위산업비리 수사 관련 재판 피고인들이 최근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는 데 대해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해군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각각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을 잘 검토해 항소심에서 유무죄 여부를 다시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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