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25일 당권 주자들을 향해 “정체성에 매달리면 영원히 집권을 못한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비대위를 이끌며 중도·실용노선을 강조했지만 전대가 다가올수록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냐 산토끼(새 지지층)냐’로 대변되는 노선투쟁 분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당내에선 27일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야성(野性)’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연장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회견과 거리행진에 나서는 등 더민주는 차츰 ‘좌클릭’하는 모양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요구를 비롯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미루는 모습 또한 강한 야당의 모습으로 평가된다.
강경파와 달리 중도·실용노선을 지키며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당과 대립하고 정쟁에만 몰두할 경우 예전과 다를 것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서다. 야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자칫 정권교체의 기회까지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당의 향후 노선은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당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로 관측 가능할 전망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모두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권이 공조해서 사드 배치 자체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집권을 했을 경우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중도노선과 강경노선이 충돌할 때 우상호 원내대표가 균형을 맞춰 새로운 대표와 함께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친문(친문재인)계 강경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느 때보다 우 원내대표의 역할론이 중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