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물가상승’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일본은행(BOJ)의 자산매입 확대에도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폭이 확대되며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 건전한 투자까지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BOJ 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BOJ는 지난 20일 기준 보유자산 규모가 447조9,747억엔으로 1년 전보다 약 90조엔 불어났다고 26일 밝혔다. 달러당 100엔 전후에 머무르고 있는 환율을 적용하면 BOJ의 자산규모는 약 4조4,739억달러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 발표한 자산규모(4억4,664억달러)를 앞질렀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절반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BOJ가 미 연준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9일 기준으로 보유자산이 3조3,133억유로(약 375조8,000억엔)에 그쳐 BOJ에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BOJ의 자산규모가 급증한 것은 1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대로 옮기고 장기국채 보유량을 연간 80조엔 규모로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과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해 자산 잔액에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BOJ는 이날도 자산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 중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로 707억엔어치 사들였다. 이는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3조3,000억엔 규모로 한정돼 있던 ETF의 연간 매입한도를 6조엔으로 올린 후 4일과 10일에 이은 세 번째 매입 결정이다.
문제는 천문학적 규모로 돈을 풀었지만 정책효과는 갈수록 줄어드는 BOJ의 현 상황이다. 일본 총무성은 이날 일본의 7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9.6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0.5% 하락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0.4%)과 예상치(-0.4%)를 하회한 수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의 자산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극적인 카드를 꺼낼수록 시장은 무덤덤해지고 원하는 정책목표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기업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주식시장이 중앙은행에 의존하면서 투자심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신문은 “‘주가가 떨어지면 BOJ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심리가 도쿄증시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도 각국 중앙은행이 극단적 부양책과 구두개입 등으로 금융시장의 투자기준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융시장을 움직이고 있고 더 극단적인 정책이 등장할수록 금융시장의 기능장애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