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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롯데 부회장 자살] 43년 롯데맨...代이어 辛회장 父子 신임 받은 '왕의 남자'

이인원 부회장은 누구

지난 2009년 12월 열린 롯데미소금융재단 본점 개소식에서 신동빈(왼쪽)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09년 12월 열린 롯데미소금융재단 본점 개소식에서 신동빈(왼쪽)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단순한 그룹 내 2인자가 아니다. 자살 직전까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었지만 실제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부터 대(代)를 이어 신임을 받은 심복 중의 심복이다. 앞서 지난 25일 검찰에 소환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경북 경산 출신으로 경북대 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3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모시며 롯데그룹의 성장을 일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발간된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임종원 전 서울대 교수 집필)’라는 책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연세가 아흔 살에 가까우신데도 아직도 청년 시절과 다름없는 열정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총괄회장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아들인 신동빈 회장과의 호흡은 10여년 전부터 맞추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 입성한 뒤 본격적으로 신동빈 회장을 보좌했다. 정책본부는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업을 관리하는 핵심조직으로 그는 롯데그룹의 경영전략을 짜는 업무를 담당했다.

2011년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승진하면서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정책본부를 책임져왔다.


특히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을 거치면서 ‘신격호의 사람’에서 ‘신동빈 사람’으로 바뀌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 해임을 지시한 인사명령서, 이른바 ‘살생부’에는 이 부회장의 이름이 황각규 사장과 함께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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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당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측면에서도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보좌해 국내의 대부분 사업들을 총괄 지휘했다. 지난해부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추진해온 핵심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한 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를 도맡았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사회적 안전성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이 부회장을 안전관리 총괄로 지명한 것은 그만큼 그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더해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9월부터 이 부회장에게 롯데그룹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겼을 정도로 그는 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가 이처럼 오너 일가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업무적으로 리더로서 탁월한 경영수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에서 ‘정신적 지주’로 불렸을 만큼 임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젊은 직원들과도 터놓고 소통하려 노력하는가 하면 윤리의식도 매우 강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 시절부터 특유의 철두철미함과 불시에 매장을 방문하는 현장경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서울 소공동 1번지 롯데타운 건설을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백화점 중심으로 짜여 있던 롯데쇼핑 구도를 할인점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눠 롯데그룹의 경영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유서에서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오너가와 그룹의 운명을 지키려 애썼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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