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수지 맞는 예술과 기업 만남을 바라며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주 파트너는 삼성전자다. 오페라하우스 후원자 리스트의 맨 앞에 삼성전자가 있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에 3년간의 기간을 정해 주 파트너가 됐다. 올해에는 3년 계약을 마치며 후원기간을 5년으로 하고 계약을 갱신했다. 이곳의 주 파트너는 삼성전자 한 곳이다. 그 밑에 메이저 파트너라고 부르는 그룹이 있다. 어도비·에티하드항공·구글·인텔·마스터카드 등 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 아래 그룹 후원자는 그냥 파트너라 부른다. 여기에도 에어비앤비 등 5개사가 들어 있다. 그 외 기업후원자는 따로 표시한다.

현대자동차는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과 LA카운티미술관의 넉넉한 후원자다. 현대자동차는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대극장 전면에 미디어아트용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예술과 떼놓을 수 없다.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공연장에 올레드 TV를 활용해 문화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화예술 부문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과 예술이 성공적으로 만난 사례의 공통점은 상호보완적 협업이라는 점이다. 한쪽의 일방적 이익을 위한 관계가 아니다. 조건 없이 예술을 돕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예술과 만나 취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기업의 이미지 높이기부터 구체적인 마케팅 수단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창의성을 자극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쓰인다. 지역이나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증진시킨다. 이럴 때 기업과 예술은 ‘윈윈’ 관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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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실은 좀 다른 듯하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도 마찬가지다. 지정학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랜드마크 이미지가 강한 세종문화회관이지만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은 흔치 않다. 공공 예술기관이기도 한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부터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그것이 예술기관과 기업에 모두 이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콘텐츠·공간·브랜드 등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상징적으로 또는 구체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료가 풍성하다. 그런데도 ‘미스매치’가 생긴다. 이를 해소하는 것은 결국 우리 예술기관의 몫이다. 예술에 돈을 쓰는 것이 수지맞는 투자라는 사실을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알리려고 한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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