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고] 글로벌 창업 민간·정부 '2인3각'으로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전 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이 거세다. 지난 2011년 미국은 ‘창업국가 미국(Startup America)’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으며 유럽연합(EU)도 ‘유럽 2020 전략’으로 벤처 창업 및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는 재능과 열정을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들여 창업을 지원하는 경진대회인 ‘프렌치 테크 티켓’을 시작했고 이웃 나라 중국도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창신(萬衆創新)’의 강력한 벤처 창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왜 이렇게 창업 열풍이 거센 것일까. 정체된 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혁신은 아이디어의 교류와 공유가 활발하고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생 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지금 어느 차고에서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혁신의 시작은 작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짧은 기간에 세상을 바꾸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위력을 보인다. 너무나 잘 알려진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의 성공 사례는 많은 스타트업들의 도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차 한 대 없이 글로벌 운송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 숙박시설 하나 없이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인 힐튼과 기업가치의 우위를 겨루는 에어비앤비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벤처 기업 숫자가 3만1,000여개에 이르고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 기업이 46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서 신생 창업 기업이 홀로 일어서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창의적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인프라를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의 창업은 무한한 가능성만큼이나 큰 도전이다. 해외의 주요 벤처캐피털들은 1년에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나고 그중 5개 남짓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들과 경쟁을 펼치면서 자금을 유치해 글로벌 창업을 하고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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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한 허브 기지라면 글로벌 창업을 꿈꾸는 창업가를 현지에서 지원하기 위한 해외 전진기지로 KIC(Korea Innovation Center)가 운영되고 있다. KIC는 벨기에 브뤼셀과 미국 실리콘밸리·워싱턴DC 등에 구축돼 투자 유치 지원, 창업 보육, 컨설팅 등 초기 스타트업이 현지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긴요하게 제공하고 있다. KIC를 운영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지만 이곳을 통해 글로벌 창업 역량을 키운 우수 스타트업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벤처 창업 경진대회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매스 챌린지’ 본선에 진출하는 등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스타트업 중 4% 정도가 현지 벤처캐피털이나 크라우드펀딩 유치에 성공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KIC를 통해 진출한 8개의 국내 스타트업이 짧은 기간에 488만달러의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해외 매출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세계 무대는 넓고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세계 시장을 향한 글로벌 창업은 정부와 창업 기업이 함께해야 하는 2인3각 경기다. 기업은 도전적으로 뛰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민간의 창의적 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 노력으로 글로벌 혁신을 주도해가는 세계적인 벤처 기업,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이 여기저기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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