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가상현실(VR)이다. VR 기기와 콘텐츠 선점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지만 관광·스포츠·엔터테인먼트·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 접목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VR은 유통업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VR 시장이 열리면 매장이나 마트에 가지 않고서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둘러보고 쇼핑할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현대백화점이 최근 유통업계에서 VR 사용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고급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은 지난달 29일 사이트에 ‘VR스토어’를 정식 오픈, ‘가상 쇼핑’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29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체험한 ‘VR스토어’는 아직 미완이지만 고객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콘텐츠였다.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우선 더현대닷컴 어플이나 웹페이지로 들어가 ‘나이키VR’ 또는 ‘아디다스VR’을 클릭하면 된다. 아직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만 촬영하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는 볼 수 없다. VR스토어에 들어간 뒤에는 우측 하단 VR 기기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고 하단에 뜨는 메뉴바에서 해당 아이콘을 한번 더 클릭해야 한다. 물론 VR 기기 준비는 필수다. 기기에 따라 스마트폰을 끼우거나 연결하면 된다. VR 기기가 없어 VR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더라도 360도 회전 화면은 스마트폰 상으로 터치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VR 기기를 쓰고 들어간 판교점 5층에는 네이버·다음 지도 거리뷰처럼 화살표가 표시돼 있었다. 기자는 VR 기기를 쓰고 반대편을 바라보는 바람에 처음엔 화살표를 찾지 못했다. 직원의 도움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이키 매장과 화살 표식이 눈에 띄었다. VR 화면 한가운데 표시된 십자모양 표식을 화살표에 맞추니 나이키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매장 내 제품 가운데서 노란색 원형 표시가 된 제품에 십자모양 표식을 맞추면 제품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본적인 ‘아이 쇼핑’은 가능한 셈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이 VR 화면에 제품 이름뿐 아닌 가격 정보와 간단한 제품 설명까지 넣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제품 ‘찜하기’ 기능까지 추가한다. 또 2018년에는 해당 상품과 어울리는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VR서비스’를, 2019년에는 특정 점포를 통째로 옮긴 ‘VR백화점’을 선보일 방침이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가볼 수 없는 해외 쇼핑몰까지 서비스에 넣기 위해 제휴를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IT 기업이 많은 점을 고려해 판교점을 서비스 지역으로 골랐다”며 “업데이트가 느린 다른 지도 서비스 업체와 달리 한달에 한번 화면을 최신으로 바꾸면서 현실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VR 기술이 완성 단계가 아닌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사용해서 그런지 잠깐 체험을 하는 데도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또 VR 화면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다면 VR 기기를 벗고 스마트폰 화면으로 다시 돌아와 결제 화면으로 들어가야 했다. VR이 아닌 360도 터치 화면 모드로 바꾼 뒤 제품을 확대·터치하면 바로 결제 화면으로 이동한다. VR에서 바로 결제가 안된다 뿐이지 사실 360도 화면에서 제품 터치로 바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는 서비스도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IT업계의 VR 기술이 완전히 궤도에 오르지 않은데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인 만큼 아직은 체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VR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최근 백화점 방문을 줄이고 있는 젊은 고객들로 하여금 백화점을 친근하게 느끼고 더 자주 찾아오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