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단독]주가 사상 최고가에 부담됐나…삼성전자 3일째 자사주 매입 '0'

지난주 평소 2배 사들였는데

주가 급등에 비용 예상보다 늘자

속도 조절로 매입가 조정 나선듯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주식 매수를 멈추지 않던 삼성전자(005930)가 돌연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사상 최고가까지 상승한 주가에 부담을 느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6일과 29일, 30일에 걸쳐 3거래일 연속으로 자사주 매입을 멈췄다.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지난해 10월 이후 1~3차에 걸친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자사주를 사지 않고 건너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만큼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4차 자사주 매입은 7월29일~10월28일까지 보통주 99만주와 우선주 23만주 등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이달 25일까지 자사주 매수량은 약 51만여주(보통주 기준)로 당초 매입 목표치의 절반을 채운 셈이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최고가를 돌파하면서 급등하자 변칙적인 매수 플레이를 통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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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패턴은 지난주부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2만주 안팎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던 삼성전자는 19일 5만1,000주로 두 배 넘게 늘린 데 이어 22일부터는 매입 신청 수량을 나흘 연속으로 6만주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200억~300억원대이던 자사주 매입금액은 지난주에는 1,0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3차 매입 당시 거의 매일 2만7,000주가량의 자사주를 고르게 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류용석 현대증권(003450) 투자전략팀장은 “보통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일 평균 비슷한 수량이나 금액으로 균등하게 나눠 주식을 사들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이를 깨고 자사주 매입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은 결국 매입 단가를 조정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매단가를 조정하려는 것은 주가 급등으로 자사주 매입 비용이 예상보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차 매입 당시 122만원대이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주당 평균 취득가액은 3차 매입에는 136만원으로, 4차 매입에는 16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심 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면서 주식을 계속 쓸어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단가를 조절하려는 삼성전자의 바람과 달리 삼성전자에 대한 주가 전망은 2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185만원에서 20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무한정 미루기는 힘들 것”이라며 “삼성이 올해 안에 삼성SDS 인적분할과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을 무사히 마무리할 경우 삼성전자 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지분교환을 통해 사업회사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최종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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