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포츠·오락 모든 걸 상품으로 만들겠다"

심우택 갤럭시아SM 대표 인터뷰

심우택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올해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레저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심우택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올해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레저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국내 최대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인 ‘IB월드와이드’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사명을 ‘갤럭시아SM’으로 바꿨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갤럭시아SM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파괴력은 제법 커 보인다. 심우택 갤럭시아SM 대표를 만나 회사의 비전과 계획을 들어봤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갤럭시아SM’ 본사 사무실에서 심우택 대표를 만났다. 갤럭시아SM은 국내 최대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인 ‘IB월드와이드’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바뀐 이름이다. 현재 갤럭시아SM 최대주주는 지분 37%를 가진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80%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갤럭시아SM은 효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어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갤럭시아SM 지분 15%를 인수해 2대주주로 떠올랐다.


심우택 대표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가장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효성그룹이 갤럭시아SM의 최대주주가 된 과정이었다. 심우택 대표는 시원시원하게 답을 했다. “제가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의 경복초등학교 1년 선배입니다. 어려서부터 같이 운동하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성장한 뒤에도 종종 만났죠. 조현준 사장은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스포츠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걸 보고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조 사장이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의 갤럭시아SM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시간을 좀 더 과거로 되돌려야 한다. 심우택 대표의 경력과 맞닿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1995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뒤 곧바로 서울방송(SBS) 스포츠PD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방송국에서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고 방송을 만든 후, 시청자 피드백을 받아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다. 해외 스포츠 마케팅 파트너를 만날 기회도 많았다. 심 대표는 그때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눈을 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 마케팅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직감했습니다. 1998년 100만 달러였던 월드컵 경기 중계권료가 현재는 1억 달러 정도 하니까 제 예상이 맞은 셈이죠. 스포츠 마케팅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5년 ‘더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스포츠 이벤트 전문 회사로 영입돼 대표이사를 맡게 됐어요.”

스포츠PD로 일하면서 쌓은 스포츠 마케팅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심 대표는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올해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레저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08년 당시 IB스포츠(2013년 IB월드와이드로 사명 변경)에 합류했다. 스포츠PD로 일하던 당시 심 대표는 IB스포츠 창업자 이희진 회장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심 대표는 말한다. “이희진 회장은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때마침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도 콘텐츠 사업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했죠. 2008년 IB스포츠가 유상증자를 했는데 그때 효성그룹이 참여해 2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때 저도 더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즈에서 IB스포츠로 자리를 옮겼죠.”

2011년 심 대표는 IB스포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던 시절 김연아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스폰서 섭외, 해외 전지훈련, 외국인 코치 인선 등을 전담했고, 국내 아이스 쇼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김연아는 현재 소속사를 옮겼지만 갤럭시아SM은 김연아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커질수록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갤럭시아SM이 올린 매출액은 625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1억 원에 불과했다. 심우택 대표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동안 갤럭시아SM은 스포츠 중계권이나 선수 매니지먼트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선 매출이 일정하게 발생하지 않았어요.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 규모는 작습니다. 뭔가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규모는 조사된 바가 없다. 현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 중 갤럭시아SM이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밖에 스포츠 중계권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이벤트를 하는 스포티즌과 세마스포츠마케팅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정도다. 나머지는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등 스타 선수들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들이다. 그러나 심 대표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 분야가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했다. “부가적인 사업을 만들어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 생태계를 만들면 산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효성그룹이 참여하면서 회사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더 커진 게 사실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도 그래서 가능했던 거고요.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합쳐(스포테인먼트)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데 공감대를 가졌기 때문에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었습니다.”

갤럭시아SM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를 통해 디지털 마케팅, 라이프스타일, 이벤트, 헬스케어 등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다양한 유통 채널을 만들어 중국 및 동남아지역 스포테인먼트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헬스케어 사업이다. 심 대표는 말한다. “선수 매니지먼트 분야의 핵심은 부상 방지, 체력 강화, 근력 증강입니다. 경기에 앞서 선수들의 몸을 만들고 부상을 입었을 때 재활 치료를 돕는 게 중요하죠. 우리는 이 부분에서 많은 경험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면 좋은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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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SM은 현재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더 K호텔 서울’ 내에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심 대표는 이 같은 시설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접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이 대표적이다. 골프연습장에 체력 강화와 재활을 위한 시설을 접목해 복합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심 대표는 “갤럭시아SM은 관련 시설을 확대하는 비즈니스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갤럭시아SM은 박인비, 손연재, 추신수 등 한국 주요 스포츠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갤럭시아SM은 박인비, 손연재, 추신수 등 한국 주요 스포츠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심 대표는 스포테인먼트 사업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손연재 갈라쇼’를 진행하면서 스포츠 댄스, 음악공연, 뮤지컬 등을 함께 선보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테인먼트 사업이 시들해지고 있는 한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K리그 올스타전을 동남아 국가에서 열 계획입니다. 이때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을 동원해 대형 콘서트도 열 겁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스윙잉스커츠’ 골프 대회를 KLPGA와 갤럭시아SM이 함께 운영하고 있거든요. 경기 전 SM엔터테인먼트가 공연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만 골프 관계자들이 자국 골프 대중화에 기여했다며 고마워하고 있죠. 스포테인먼트는 이처럼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새로운 한류 붐도 만들 수 있고요.”

갤럭시아SM은 이제 스포테인먼트의 구체적인 결과물들을 하나씩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갤럭시아SM에 소속된 손연재 선수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보아가 함께 출연하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박인비 선수가 진행하는 골프 프로그램도 있다. ING생명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는 골프 대회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 박인비 선수가 해외 프로 골퍼를 초대하고, SM엔터테인먼트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을 모아 프로암 대회를 여는 프로그램도 올해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회에 앞서 부산에서 대형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심 대표는 말한다. “이들 콘텐츠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될 겁니다.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갤럭시아SM 자체 플랫폼도 만들 생각이고요. 이르면 올 가을 론칭할 계획입니다.”

IB월드와이드와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제휴를 보면 언뜻 세계적인 에이전시 ‘IMG’가 떠오른다. IMG는 미국의 전설적인 에이전트 마크 매코맥이 1960년 설립한 스포츠 에이전시다. 이후 성공가도를 달리며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데이비드 베컴, 마리아 샤라포바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모델, 배우들도 IMG와 함께 하고 있다. 심 대표는 말한다. “IMG 자회사인 CAA스포츠가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을 운영하고 있어요. CAA스포츠는 스타디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양키스 구단과 나누고 있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양키스 구단은 재정이 튼튼해졌고 IMG는 새로운 사업을 찾았습니다. 우리도 이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갤럭시아SM이 시사하는 바는 큰 의미를 갖는다. 소규모로 산재해 있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 업체들이 몸집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갤럭시아SM은 스포츠 에이전트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는 사업 영역의 일부분일 뿐이다. 실제 갤럭시아SM이 주로 수익을 얻는 분야는 스포츠 중계권 사업을 필두로 한 미디어 영역이다. 이 외에도 갤럭시아SM의 사업 영역은 유망 선수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 운영, 이벤트, 디지털 마케팅, 광고 제작 등이 있다. 앞으로는 이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심 대표는 말한다. “우리는 계속 도전할 겁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회사가 될거에요. 훌륭한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는 일도 열심히 할 거고요. 어린 시절부터 우리와 함께한 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전 이 일이 참 즐겁습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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