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이 “우리나라 철강 산업 구조조정은 필연”이라면서 “과거 유럽이나 일본처럼 압연·도금 사업을 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영역의 독립 철강업체들을 고로(高爐·용광로) 업체가 흡수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3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기로(爐) 업체들은 특수강과 같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압연·도금과 같은 독립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고로 업체들이 사업 영역이 겹치는 단순 하공정 업체들을 흡수 합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포스코·현대제철 중심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냉연 코일과 자동차 강판까지 만드는 업체는 이들 두 곳 뿐이다.
권 회장은 사업재편을 위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활력법이 잘 마련돼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자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가 수출하는 철강재에 대해 미국이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서는 “전체 수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심각한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내년 재심에서 상계관세가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60%가량 마무리 됐다”면서 “임기가 끝날 때면 80%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회장은 이어 “지금의 구조조정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면서 “최고경영자(CEO)로서 그 바탕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기가급(1㎟ 면적에 100㎏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 강판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그는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 자동차 강판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기가급 강판을 개발해 알루미늄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현재 6가지 종류의 기가급 자동차 강판을 개발하고 있다.
/방콕=한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