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1일 오전 2시 30분께 수도권 지방법원의 김모 부장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9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김 부장판사는 17시간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던 중이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SUV인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5,000만원 에 매입하고 정 전 대표로부터 차 대금을 일부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 이씨(구속)가 차량 매각대금을 김 부장판사에게 일부 돌려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모씨가 거래 중개를 맡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 시기 전후로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당시 여행 경비 상당 부분은 정 전 대표가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대표 측이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이 김 부장판사에게 흘러간 경위도 조사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이 돈이 부의금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중고 레인지로버, 베트남 여행 경비 일부를 제외하고도 김 판사가 정 전 대표 측에서 추가로 일부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유통한 사건인 ‘짝퉁 화장품’ 사건을 김 부장판사가 맡은 사실도 밝혀졌다. 정 전 대표는 김 부장판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억대의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며 사건을 엄벌해 줄 것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작년 9월~11월 ‘짝퉁 화장품 유통 사건’ 3건을 판결했고, 김 부장판사가 일부 피고인에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해 정 전 대표와의 금전적 거래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사자는 이 의혹을 부인했다.
현직 판사 신분으로 금품 비리에 휘말려 검찰에 신병이 확보된 것은 지난해 1월 사채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챙긴 혐의로 긴급체포된 최민호(44) 전 판사 이후로 1년 7개월여 만이다. 최 전 판사는 지난달 12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의 부적절한 금전 거래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이달 16일 “정상적인 재판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며 대법원에 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대법원은 내년 2월까지 ‘기타휴직’으로 처리해 그를 재판업무에서 배제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