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홍보도 없이 과태료를 끊어요.”
1일 오전10시40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6번 출구.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된 50대 남성은 구청 단속반이 흡연 구역 위반으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단속반이 “계도 기간 3달간 계속 안내도 했고 바닥에 금연구역이라는 표시가 많이 있다”고 안내하고 나서야 이 남성은 지갑에서 주섬주섬 신분증을 꺼냈다.
같은 날 오전9시45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에서는 출구를 나서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었던 30대 회사원이 ‘중구보건소’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단속반을 보고는 슬금슬금 인근에 마련된 흡연 부스로 들어갔다.
지난 5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에 대한 흡연 단속이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지하철 출입구 곳곳에서는 흡연으로 적발된 시민들이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에만 흡연 단속으로 9건이 적발된 성동구에서는 과태료 부과 과정에서 2건의 실랑이가 발생했다. 이들은 단속반이 과태료를 부과하려 하자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하며 단속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은평구에서도 이날 오전에만 11건의 지하철역 출입구 흡연이 적발됐다. 새절역에서 적발된 50대 택시기사가 단속반의 요구에도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영등포구에서도 10건의 위반 사례가 나왔다. 단속반으로 나선 영등포구 조영씨는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한 것을 알고 신분증이 없다고 버티거나 도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이날 처음 진행된 흡연 단속을 대체로 반겼다.
이민정(21·여)씨는 “예전에는 왕십리역 앞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 담배 냄새를 맡을 일이 별로 없어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흡연자들은 “흡연이 가능한 부스를 충분히 만들지도 않고 단속을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시내 흡연시설은 총 33개, 이 중 지하철역 인근(반경 20m 내)에 흡연시설이 마련된 곳은 을지로입구역과 건대입구역·사당역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에 마련된 흡연 부스는 담배를 피우는 시민들로 빼곡히 들어차 콩나물시루를 방불하게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민들은 발만 흡연 부스에 걸쳐둔 채 담배 연기는 흡연 부스 바깥으로 내뿜는 얌체 행동으로 단속반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는 오는 9일까지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흡연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행한다. /양사록·박우인 기자 sarok@sedaily.com